올가을 서울 도심공원 곳곳에서 때아닌 '송충이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송충이인줄 알았던 벌레들은 알고보니 해충인 '미국흰불나방 유충'으로 밝혀졌다.
산림청은 지난 8월말 "전국적으로 미국흰불나방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며 발생 예보단계를 '관심'(1단계)에서 '경계'(3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흰불나방이 국내 유입된 시기는 1958년 이후로 추정되며, 최근들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19일 "미국흰불나방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각별한 예찰과 방제를 당부한 바 있다.
현재 이 애벌레들이 서울 공원 일대의 산책로 등을 뒤덮어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 애벌레는 2019년 이후 감소하다가 올들어 갑자기 급증해 피해가 커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올해 이상고온으로 가을철 온도가 예년보다 1∼2℃ 오르고 여기에 폭염·폭우의 영향이 겹쳐 벌레 개체수를 증가시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게다가 올해 개체수가 많이 나온만큼 알 개수도 늘어 내년에는 유충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1년에 2회 발생하며 성충 1마리당 600~700개의 알을 낳는다. 이들은 활엽수 잎을 먹이로 삼는데 심하면 나무를 고사시키기까지 한다. 이 때문에 가로수나 과수목 등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게다가 털에 독성이 있어 피부 접촉시 따가움, 가려움을 동반한 피부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외관이 송충이와 굉장히 흡사해 오해를 살 수 있지만, 솔나방의 유충으로 솔잎만 먹고 사는 송충이와 달리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활엽수 잎을 먹는다.
김민중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박사는 "산림청 조사결과 미국흰불나방 유충으로 인한 피해율이 지난해 12%에서 올해 27∼28%로 증가했다"며 "올해 (유충이) 많이 나올 경우 내년에도 많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경계로 발생 예보 단계를 높이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활엽수 잎에서 알을 낳고 숨어 활동하는 특성상 방제도 쉽지 않다. 특히 한강공원은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살충제 등 화학약품을 사용할 수도 없다. 이에 고압 살수로 해충을 떨어뜨린 뒤 정리하는 방제법을 사용하지만 완전한 박멸은 어렵다고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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