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6-05 14:11:47
  • -
  • +
  • 인쇄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을 지나던 길이 콘크리트로 바뀌는 순간, '녹색 교통수단'의 의미는 퇴색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INRAE)와 파리-사클레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트램 개발이 자연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니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 대상으로 프랑스 전역 113개 기존 노선과 20개 신규 트램 계획을 선정, 도시 외곽 570개 지자체 주민 1094명을 대상으로 선택실험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신규 트램 노선은 기존 노선보다 생태계 연속성이나 자연 자발성 등 자연성 지수가 더 높은 지역을 지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들이 트램 개발 이후 포장될 경우, 평균 13.9%의 자연성이 손실될 것으로 추정됐다.

자연성 감소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주변 서식지의 단절, 조류 등 도시 생물의 이동 제한, 생태계 자정능력 약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기후를 위해 만든 기반시설이 다른 환경 목표를 침해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트램 노선 주변에 나무를 심는 생태적 통합 방식은 일부 손실을 완충할 수 있다. 연구진은 프랑스 몽펠리에 1호선 트램 노선을 분석해, 양옆에 나무가 있는 구간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자연성이 6.5% 더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유럽 일부 도시에서도 도심 열섬 완화, 생태축 복원 등을 목표로 트램 노선을 생태적 경로와 일치시키거나, 도심 녹지 연계 요소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프로젝트에서 생물다양성은 후순위로 밀려 있는 실정이라, 아직 개선책이 더더욱 필요하다. 연구진은 "생물다양성과 기후위기 대응은 별개의 목표가 아니라, 반드시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한국 역시 저탄소 교통수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생태계 영향은 정책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GTX와 도시철도 등 신규 노선이 도심 외곽 녹지나 하천, 농지 등을 관통하면서도 이에 따른 생물서식지 단절이나 경관 훼손에 대한 정량적 평가나 완충 설계는 드물다. 기후위기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이원화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저탄소 교통수단 확대가 도시 녹지 침식과 서식지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기후 정책과 생태 보전이 충돌하지 않도록 설계 단계부터 통합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Ecological Economics' 5월 20일자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현대百, 울릉도·독도 자생식물 종자 35종 시드볼드에 기탁

현대백화점이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리는 울릉도·독도의 생물다양성 보전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민간기업 최초로 '백두대간 글로

이재상 하이브 대표 "K팝 넘어 K컬처로…글로벌 성장 선순환 이룰 것"

이재상 하이브 대표이사가 전세계 청년세대에게 K팝 방법론의 확장을 통해 글로벌 전역에 '문화·경제적 선순환 모델'을 구축해 나갈 청사진을 제

기아, 전기 PBV 'PV5' 택배차량으로 본격 공급한다

내연기관 중심의 택배 차량들이 친환경 전기차량으로 전환된다. 기아는 자사의 친환경 전동화 모델인 목적기반차량(PBV) 'PV5'를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

[알림] 11월 6일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개최합니다

오는 11월 6일 국내외 녹색금융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는 '제5회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이 서울 강남구 웨스틴

셀트리온 임직원들, 조류충돌방지 스티커 부착 활동

셀트리온이 인천녹색연합과 함께 야생조류 보호를 위한 ESG 활동을 펼쳤다.셀트리온은 지난 25일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지역 시민단체인 인천녹색연합

코오롱 사장단 임원인사...40대 신규임원 대거 발탁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에 코오롱ENP 김영범 사장을 내정하는 등 코오롱그룹이 24일 올해 정기인사를 일찌감치 단행했다.신임 김영범 코오롱글로벌 대

기후/환경

+

[날씨] 첫서리·첫얼음에 가을이 '꽁꽁'...추위 언제 풀리나?

갑자기 추위가 몰려오면서 첫서리가 내리고 얼음까지 얼었다. 가을에 찾아온 때이른 추위는 오는 29일 낮에 물러날 전망이다.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

밤하늘 곤충이 사라진다…레이더가 포착한 생태계 이상신호

밤하늘을 날던 곤충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영국 국립기상청(Met Office)과 국가대기과학센터(NCAS) 연구진은 2014년~2021년까지 영

“기후대응이 수익구조로 변질”…브라질 연구진 '기후상품화' 비판

브라질 연구진이 기후대응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이윤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며 경각심을 촉구했다.27일(현지시간) 브라질의 환경정책 연구기관 클

바다 떠다니는 플라스틱…가라앉으려면 '100년 이상' 걸린다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저로 완전히 가라앉는데 최소 100년 이상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영국 런던퀸메리대학교 지리·

탄소배출권 수익으로 생태복원...호주에서 생태경제 모델 시험

호주가 탄소배출권 수익을 활용해 생태계 복원에 나서는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27일(현지시간) 호주 비영리단체 부시 헤리티지 오스트레일리아(Bush H

[날씨] "패딩 꺼내 입으세요"...28일 아침 영하권 날씨

북쪽에서 찬공기가 유입되면서 월요일인 27일 아침 기온이 한기를 느낄 정도로 차가워졌다. 그러나 화요일인 28일 아침은 기온이 더 떨어져 영하권으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