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수출 규제 장기화...전세계 車 생산 '비상'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6-05 17:05:59
  • -
  • +
  • 인쇄
▲자동차 공장(사진=현대자동차)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이 장기화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 규제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몇 주 내에 생산 라인을 중지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일부 업체들은 부품 생산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 4월 4일부터 디스프로슘과 테르븀 등 희토류 금속 7종에 대해 허가를 받고 수출하도록 특별규제하기 시작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지난 5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상호관세를 대부분 철회하거나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해놓고 희토류 수출규제는 아직 풀지 않았다.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의 90%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업계는 중국의 수출규제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GM, BMW, ZF, 보그워너 등은 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희토류 사용량이 적거나 없는 모터를 개발 중이지만, 비용을 낮추지는 못하고 있다. BMW는 최신 전기차에 자석없는 전기모터를 도입했지만, 와이퍼나 창문 롤러 같은 부품용 소형모터에는 여전히 희토류가 필요하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모터는 희토류 부족으로 지난달 시카고 공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익스플로러' 생산을 일주일간 중단했다. 셰리 하우스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자 행사에서 "중국 희토류 규제와 수입에 따른 행정 절차가 늘고 있다"며 "상황이 장기화되면 대체 부품이나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너럴모터스, 포드 등 미국 대형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 공급업체들은 희토류로 만드는 자석을 사용한 자동차용 전기모터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거나 미국에서 만든 반제품 모터를 중국으로 보낸 뒤 자석을 부착해 수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를 대변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은 지난달 9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보낸 비공개 서한에서 "희토류 자석이 없으면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들이 자동변속기, 스로틀 보디, 얼터네이터, 다양한 모터, 센서, 안전띠, 스피커, 조명, 파워 스트어링, 카메라 등 핵심 부품들을 생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제조공장을 이전하는 리쇼어링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세 전쟁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공장이 중국으로 이전하게 되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유럽자동차부품산업회(CLEPA)도 이날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로 부품 제조업체의 공장이 조업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CLEPA에 따르면 4월 초부터 자동차 부품업체가 제출한 수출 허가 신청 수백건 중 25%만 승인됐다. CLEPA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부품업체들의 조업 정지가 잇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도 "중국 희토류 자석 수출 제한으로 독일 내 자동차 생산이 지연되거나, 경우에 따라 생산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힐데가르트 뮐러 VDA 회장은 "상황이 조속히 개선되지 않으면, 생산 차질과 중단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요르그 부어처 메르세데스-벤츠 생산책임자는 주요 공급업체들과 함께 재고 확보 등 '버퍼'를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희토류 부족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선제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대차와 기아는 희토류를 상당량 확보한 만큼 당장 생산 차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출 규제가 장기화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셜서비스(SNS)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를 두고 '관세 휴전' 합의 조건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이 오히려 인공지능(AI) 칩 수출 제한과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등 차별적이고 제한적인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희토류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첨예해지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