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날 기획 ①] 대치동 학원에서 쏟아지는 수천만장 폐지들 '재활용? 소각?'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6-05 07:00:03
  • -
  • +
  • 인쇄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의 민낯]
종이 재활용되고 있는줄 알았더니..."대부분 소각"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newstree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매월 2000만장이 넘는 학습용 인쇄물이 사용 후 폐지로 배출되고 있지만 당국의 부실한 관리로 재활용되지 못하고 대부분 소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뉴스트리 취재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에 있는 대형학원 10곳과 중소형 학원 약 1500곳에서 매월 배출하는 학습용 인쇄물 폐지는 약 2045만장에 달했다.

수강생이 50명 정도인 A 수학학원은 한달 평균 약 9000장의 유인물을 인쇄해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또 일명 '대치동 톱4'로 불리는 B 대형학원은 올들어 매월 약 69만장의 복사용지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소형학원들이 배출하는 폐지는 월 약 1350만장이고, 대형학원들은 약 695만장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 많은 폐지들은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A학원 원장은 "종이를 따로 모아두면 학원 청소를 맡은 업체가 1주일에 3번 수거해간다"면서 "수거해간 폐지를 실제로 재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다른 학원들의 답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학원들이 폐지를 직접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용역업체들 통해 처리하고 있었다.

이에 본지가 학원가 폐지의 수거과정을 추적해보니, 학원청소를 맡은 C 용역업체는 "우리는 학원에서 발생하는 폐지를 묶어서 건물밖에 내놓기만 할 뿐"이라며 "폐지 수거는 강남구청에서 맡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은 "우리는 민간업체에게 처리를 위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은 처리업체는 학원가에서 수거한 폐지를 세곡동에 있는 강남환경자원센터로 모두 옮겨놓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강남환경자원센터는 학원가에서 수거된 폐지를 어떻게 처리할까. 이에 대해 민간위탁업체 D는 "골판지같은 종이박스는 재활용하고 있지만 수업에 사용된 인쇄물이나 문제지 등은 재활용이 쉽지 않아 소각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강남구청은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파쇄지를 별도로 수거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두 폐기물로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재활용업체 한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대부분의 종이는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으로 분류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종이를 제작할 때 플라스틱 재료도 혼합되고 수많은 화학물질도 첨가되고 있어서 재활용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배보다 배꼽'이어서 대부분 소각처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은 "파쇄지는 투명봉투에 담아내면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파쇄지가 재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에서 수거용역을 맡은 업체들도 직접 재활용하는 기업이 아니다보니, 자원센터에 실어다놓은 파쇄지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이처럼 대치동 학원가에서 쏟아지는 수천만장의 폐지는 학원과 청소용역업체 그리고 구청의 불분명한 책임과 관리로 인해 사실상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학원들은 소각할 폐지를 굳이 별도로 분리배출하는 수고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플라스틱과 달리 종이는 재활용되고 있다고 믿었는데 실제로 소각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충격적"이라며 "폐지에 대한 관리책임을 좀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