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온난화로 남극 해빙이 녹으면서 남극 물범 개체수가 50년 전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영국 남극 조사국(BAS)은 18일(현지시간) 1970년대부터 남극 남부의 물개 개체수를 모니터링한 결과, 웨델물범의 개체 수는 1977년 이후 54% 감소했고, 남극물범은 47% 감소했다고 밝혔다.
남극 물범은 해빙과의 관계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웨델물범 같은 경우, 대부분 생활환경을 해빙에 의존하고 해빙 환경에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얼음 의존적(ice-obligate)' 물범이다. 남극물범과 남방코끼리물범은 해빙 위나 근처에서 서식하지만 육지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얼음이 없는 지역도 필요한 '얼음 내성(ice-tolerant)' 물범이다.
웨델물범은 봄과 여름에도 얼음이 유지되는 해빙 위에서 목격되고, 남극물범과 남방코끼리물범은 동해안과 남해안의 저지대 해변이나 인전한 곳에서 발견된다.
웨델물범의 경우 해빙 감소로 휴식과 번식을 위한 서식지가 줄어들어 개체수가 54%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극물범과 남방코끼리물범의 경우 해빙이 줄어들고 빙하가 후퇴하면서, 털갈이와 번식이 가능한 지역이 높아졌다. 그러나 세 물범 모두 지구 온난화로 크릴새우 같은 먹이가 줄어들어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개체수가 47% 감소한 남극물범과 비슷한 환경에서 사는 남방코끼리물범은 비슷한 개체수 추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상당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았다.
남극 해빙 면적은 올 2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월 13일까지의 5일 동안 북극과 남극의 해빙 총 면적은 1576만㎢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2023년 1~2월 기록된 종전 최저치인 1593만㎢를 경신한 수치다.
남극 해빙은 북극과 달리 대륙이 아닌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 상대적으로 얇고 이동성이 크며, 바람에 의해 쉽게 분열될 수 있다. 따뜻한 공기와 해수 온도의 상승이 이번 해빙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남극 대륙에서 바다로 흘러내리는 빙붕이 높은 기온에 의해 녹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남극 먹이사슬 가장 밑에 있는 크릴새우는 빙붕 아래 모여 서식한다. 따라서 해빙 감소는 크릴 서식지를 위협해 크릴을 주된 먹이로 삼는 남극 동물들의 개체수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남극에 서식하는 펭귄, 범고래, 물개, 바닷새 등 대부분 남극크릴을 주식으로 삼는다. 이들은 매년 약 8천만 톤의 크릴을 소비한다.
연구를 진행한 마이클 던은 "장기 데이터를 통해 해빙 환경 변화가 물범에 미치는 영향을 분명하게 밝혀냈다"며 "기후변화가 남극 동물이 의존하는 먹이사슬을 위협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변화 생물학 저널(Global Change Biology) 6월 18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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