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하가 겨울이 되어도 회복되지 않아 점점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호주 정부와 대학으로 구성된 남극프로그램 연구팀은 지난 7일 남극 빙하를 측정한 결과 남극대륙을 둘러싼 해빙의 면적이 170만㎢ 사라진 것으로 파악했다고 10일(현지시간) 가이언이 보도했다. 빙하는 지면에 쌓인 눈이 얼음으로 변한 것이고, 해빙은 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으로 해수면에 떠다닌다.
현재 남극은 겨울철이어서 여름에 녹아내린 빙하가 회복되는 시기다. 그런데 현재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해빙이 원래 상태로 회복되지 못하면서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겨울철 남극 해빙 면적은 평균보다 약 160만㎢ 더 줄어든 1710만㎢을 기록했다. 사라진 면적은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을 합친 면적과 비슷하다.
이 현상은 올해도 반복돼 9월 7일 기준 해빙의 면적이 1700만㎢를 기록하며 작년 수준보다 줄어들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9월 7일의 평균 해빙 면적은 위성 데이터 기준 1840만㎢다.
호주 태즈매니아대학의 해빙연구원인 윌 홉스 박사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기의 변화를 주요 동인으로 꼽았다. 홉스 박사는 "따뜻한 남대양 기온이 해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난 2년간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높아지며 남극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극의 겨울은 3월~10월까지다. 필 리드 호주 기상청 박사는 "아직은 겨울 해빙이 최저치라고 판단하기 이르지만, 면적이 연달아 평균을 밑도는 수준에 이른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해빙이 줄어들면 인근 지역 기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호주에서 여름철 강수량과 겨울철 건조한 날 빈도가 증가하는데 해빙의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리드 박사는 "남극 해빙이 사라지면서 해양과 대기의 상호작용도 변화하고 있다"고 봤다.
홉스 박사는 "줄어든 해빙이 회복되려면 최소 수십 년이 걸리고 지구온난화의 악순환으로 오히려 악화할 것"이라며 "해빙 면적이 평균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해빙은 빙하를 보호하는 일종의 보호장벽으로, 해빙이 사라지면 어두운 바닷물 표면이 더 많이 노출되고 대기 중 열도 더 많이 흡수해 해양온난화를 앞당길 수 있다.
2022년 영국 남극조사국에 따르면 남극 해빙이 줄어들 경우 수천 마리의 황제펭귄 새끼가 죽을 수 있다. 또 작년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수준으로 지속될 경우 남극 빙상에서 녹은 물이 2050년까지 지구 기상 패턴과 해수 온도, 영양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남극 심층해류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남극 심층해류는 1990년대 이후로 이미 약 30% 느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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