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산림벌채법' 입법화...핵심규제 삭제에 '속빈 강정' 비판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1-02 18:55:44
  • -
  • +
  • 인쇄

산림벌채에 대한 규제를 담았던 유럽연합(EU)의 '산림벌채법(EUDR)'이 마침내 입법됐지만 핵심내용이 삭제되거나 예외조항으로 후퇴하면서 당초 입법 목적이 상실된 '누더기법'가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럽의회는 산림벌채를 방지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법률 '산림벌채법(EUDR)'을 1일(현지시간) 의결했다. 지난 2021년 법안에 대한 초안이 처음 공개된 이후 5년여만에 입법화된 것이다. 하지만 초안에서 내용은 크게 후퇴한 채 입법화됐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토해내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산림이 무분별하게 훼손되고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된 법이지만, 규제가 완화되면서 실질적으로 규제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3년 공개된 산림벌채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콩, 소고기, 커피, 팜유, 고무, 코코아, 목재 등 그동안 산림을 훼손해온 제품을 판매할 때는 벌채된 토지에서 재배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출하도록 명시했다. 이를 위반하면 벌금, 불법 제품 압수, 불법 제품의 판매로 얻은 수익 압수, 공적자금 지원에서 제외, 유럽 역내 판매 금지 등을 당하도록 했다. 또 매출의 최대 4%까지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당시 이 법안은 2023년 12월 3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이지만 관련 기업들의 요청에 1년씩 2번에 걸쳐 유예되면서 이것저것 조항을 삭제하고 예외사항을 추가하면서 규제 본질이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다. 다국적 기업이나 생산지뿐 아니라 산림을 주요 산업으로 하는 유럽 국가들도 크게 반발한 데다,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18개 회원들이 반대했던 것이 주효했다.

규제 본질이 훼손됐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원산지 검증 의무가 삭제됐고, 인쇄물 제품 면제조항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상품이 신규 산림벌채지에서 생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기 위해 제정한 법인데 정작 핵심내용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이 법안의 설계자였던 휴고 샬리 전 EU집행위원회 다자간 환경협력 부서 책임자는 "하위 유통업체(downstream traders)에 대한 원산지 검증 의무가 삭제되면서 법안은 '속빈 강정'이 됐다"고 평가했다. 하위 유통업체의 책임을 강화해야 하는 판국에, 오히려 책임을 상위업체로만 돌리면서 투명성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마리 투생 유럽의회 녹색당 부의장도 "인쇄물 제품 면제조항을 추가한 것은 정치적 해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인쇄물 면제 조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의식한 '달래기용 양보'로 보인다"며 "집행위가 아예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이 처음 공개됐을 때 "야심찬 법"이라고 평가했던 프란스 팀머만스 그린딜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이 말뿐이 아닌 행동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UDR 규제가 크게 후퇴한 것은 일부 유럽국가들의 거센 반발도 있지만 유럽의회에서 극우세력과 손을 잡은 보수진영의 입김이 커진 때문이기도 하다. 선거에서 보수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이 약진했고, 유럽국민당은 극우세력과 손잡으며 그린딜 규제 전반을 약화시켜고 움직였다. 이들이 EUDR 규제를 완화시켜 통과시켰다는 해석도 있다. 여기에 미국의 입김도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됐다. 코펜하겐 비즈니스스쿨의 안드레아스 라셰 교수는 "미국 등 EU의 주요 교역국이 무역협상 과정에서 강하게 압박했고, 이 요구를 집행위가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종 입법화된 EUDR은 하위 유통업체의 실사보고 의무가 대부분 면제됐다. '저위험'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예외조항이 추가됐다. EUDR에는 국가별로 산림훼손 '고위험', '표준위험', '저위험'으로 분류하고, 고위험국 수입품의 9%, 표준위험국 수입품의 3%, 저위험국 수입품의 1%를 검사하도록 했다. 고위험국은 '러시아, 미얀마, 북한, 벨라루스' 4개국으로 정했다. 벌채율이 높은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은 '표준위험' 국으로 분류됐다.

일각의 비판에 대해 EU집행위는 "현장의 피드백을 반영해 단순하고 공정하며 비용 효율적인 이행을 보장했다"며 "이미 산림파괴,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90년~2020년 산림벌채로 사라지는 숲의 면적은 4억2000만 헥타르(ha)에 달했다. EU 국가들이 소비하는 제품들로 인해 발생한 산림벌채가 전세계 10% 비중이고, 이 가운데 콩과 팜유가 3분의 2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SKT 'ESG 데이터' 통합관리 플랫폼 론칭...ESG공시 의무화 대비

SK텔레콤이 ESG 데이터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강화하기 위한 'ESG 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28일 밝혔다.SKT는 이번 플랫폼 구축을 통해 글로벌 보

현대제철, CDP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 등급 획득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국내 철강사 중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다.현대제철

카카오 'CA협의체' 해체하고 '3실 체제'로 개편한다

지난 2년간 카카오 경영을 이끌었던 최고의사결정기구 'CA협의체'가 해산된다.카카오는 오는 2월 1일부터 현재의 CA협의체 조직구조를 실체제로 개편한

석화산업 생산감축만?..."전기화 병행하면 128조까지 절감"

석유화학산업 제품 생산량을 25% 줄이고 나프타 분해공정(NCC)을 전기화하면 기존 수소화 방식보다 전환비용을 최대 약 128조원 아낄 수 있다는 분석이

탄소제거에 흙까지 이용하는 MS...12년간 285만톤 제거 계획

인공지능(AI)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탄소배출량이 갈수록 늘어나자, 마이크로소프트(MS)는 토양을 이용한 탄소제거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ESG;스코어] 'CBAM 대응체계' 가장 꼼꼼한 철강업체는 어디?

올해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전기 등 탄소배출량이 높은 6개 수입품목에 대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국내 철강사

기후/환경

+

'태초의 자연' 파타고니아 한달째 '활활'...여기도 '소나무'가 문제?

'태초의 자연'을 간직한 것으로 유명한 파타고니아에서 대형산불이 한달째 이어지면서 적지않은 면적의 원시림이 잿더미가 되고 있다.26일(현지시간)

지구 종말시계 '85초' 남았다..."AI가 재앙 악화시킬 것"

지구 멸망까지 남은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구 종말시계'(Doomsday Clock)가 역사상 가장 종말에 가까운 시간을 가리켰다.미국 핵과학자회(BSA)는 27

[날씨] 강추위에 강풍까지...대기 매우 건조 '불조심'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우리나라로 계속 유입되면서 영하권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기가 매우 건조한 상태여서 불을 조심해야 한다. 여기

대홍수로 물바다된 남아프리카...도처에 악어들 출몰

대홍수로 물에 잠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남부에서 물에 떠밀려온 악어에 희생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 일대는 올해 대홍수가

빙판에 미끄러져도 준다...경기 기후보험금 지급 '쑥'

경기도가 빙판길 낙상·한랭질환 등 한파 피해에도 기후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고 27일 밝혔다. 경기 기후보험은 폭염뿐 아니라 한파·폭설 등

[팩트체크③] 인니와 베트남 농가의 절규..."기후변화 피해는 우리몫"

기후변화로 농작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작물의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농작물 가격인상이 오롯이 기후변화에서 기인한 것인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