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최남수 서정대 교수 / 기사승인 : 2025-12-02 08: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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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권거래위원회) 기후공시안에 제동을 거는 등 반(反)ESG 정책을 본격화했다. 유럽연합(EU)은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ESG 관련 규제를 크게 덜어내는 옴니버스안을 발표한 데 이어 최종안을 만들기 위한 막바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123개 국정과제 중 ESG와 관련된 정책이 27개가 포함됐다.

내년에 ESG는 어떤 흐름을 보일까? 크게 볼 때 제도가 속속 장착되는 가운데 ESG 경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제도 쪽에서는 ESG 공시제도가 글로벌 무대에서 잇따라 착근될 전망이다. EU의 경우 CSRD(지속가능성 공시지침) 적용 대상을 대폭 축소한 가운데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시가 시행에 들어간지 두해째를 맞는다. 지금까지의 운영결과 공시에 대해 고위경영진이 관여하고 이해관계자와 활발한 소통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따로, 주정부 따로'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반ESG 정책을 펼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내년부터 연매출이 10억달러가 넘는 기업에 대해 탄소배출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SB253) 시행에 들어간다. 당초 기후관련 금융리스크를 공시하도록 하는 법(SB261)도 시행 예정이었지만 미 법원이 실행을 일시중지시킨 상태다. 미국 내에서 기후공시 의무화 법안은 뉴욕, 뉴저지, 일리노이, 워싱턴, 콜로라도 등 주로 확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EU 외 국가에서는 지난 6월 기준으로 36개 관할지역이 국제표준 공시안으로 나온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를 이미 채택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3월에 ISSB 기준을 전면 도입해 2027년부터 시가총액 3조엔 이상 기업의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와 홍콩에서는 ISSB 기후공시가 내년부터 발효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ESG 공시방안(KSSB)도 내년 상반기 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ISSB 공시기준을 기반으로 한 국제적 정합성과 기업의 수용 가능성을 균형있게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는 기업의 부담을 감안해 공시 시기와 폭에 대해 적절한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의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공시 이외 제도에서 주목되는 것은 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과 CSDDD(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이다. 철강과 알루미늄 등 6개 수입품목의 탄소배출량에 대해 인증서 구매를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관세같은 부담을 지우는 CBAM은 내년부터 시행이 시작돼 관련 기업이 탄소배출 감축에 비상이 걸렸다. 공급망에 대해 환경 및 인권 실사를 하는 내용의 CSDDD의 경우 최종안이 확정되면 공급망 안에서의 환경 훼손과 인권침해 문제가 중대한 글로벌 이슈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CSDDD를 놓고 미국 정부와 재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어 EU가 최종안의 수위로 어떻게 조절해나갈지도 관심거리다.

국내에서도 굵직굵직한 ESG 관련 제도의 영향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줄이는 내용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확정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배출 감축 정책과 기업의 저탄소 경영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업들은 1차 및 2차 상법개정의 영향권 안에 들어서게 된다. 이미 시행에 들어간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에 이어 내년부터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 의결권의 3% 제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그리고 분리선출 감사위원 수 증원이 발효된다. 이에 따라 2027년 주총을 앞두고 자신들을 대변하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선임하려는 투자자와 이에 대응하려는 기업간에 팽팽한 수 싸움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내년 1년은 기업지배구조의 커다란 변화가 숙성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 기업의 ESG경영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ESG에 맞바람이 불어오고 EU가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기업들은 ESG를 생존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보고 경영전략에 이를 더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글로벌콤팩트와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가 128개국의 CEO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를 보면, 88%가 지속가능성이 5년 전보다 사업에 더 중요해졌다고 응답했으며 99%는 지속가능경영과 관련된 약속을 유지하거나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90%의 CEO는 후임자에게 지속가능 투자를 지속하도록 권고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보면 CEO들이 기업가치를 제고해나가는 데 있어 전략적으로 ESG를 내재화 또는 체질화하는 것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는 곧 ESG경영이 갈수록 심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의지는 환경경영에서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경영대학원인 슬론의 조사결과, 5개 중 4개 기업이 향후 12개월에서 18개월 동안 환경투자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액센추어 조사에서는 90%의 기업이 탈탄소 노력을 기업가치 제고와 연계하고 있으며, 73%의 기업이 넷제로 목표를 수립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57% 기업이 탄소배출 감축 결과에 따라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 수준을 조정하고 있는데 이는 탄소배출 감축을 진정성을 가지고 전사적 목표로 추진하고 있음을 뜻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한국 기업의 ESG경영 좌표가 어디에 있으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적극적인 ESG경영을 하는 해외 기업에 비해 국내기업의 ESG 성적표가 부진하다는 사실이다. 기업들은 준비 부족, 높은 제조업 비중 등을 이유로 내세워 공시 등 관련 제도의 도입을 늦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얘기했듯이 글로벌 대세는 ESG의 확산과 심화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들의 ESG경영을 재촉하는 정책적 대응에 나서야 하며, 기업도 ESG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적 과제로 보고 이를 경영 전반에 뿌리내리게 하는 도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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