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러시'로 변해버린 남극 빙붕..."녹은면적 2.8배 더 많을 것"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06-28 17:44:06
  • -
  • +
  • 인쇄
▲남극 북서쪽에 있는 라르센시 빙붕(사진=NASA)

남극 빙하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녹은 물이 2배 이상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얼음과 물의 중간형태인 '슬러시'를 간과한 탓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케임브리지대 스콧극지연구소(SPRI) 레베카 델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남극 빙붕의 슬러시 지도를 작성해보니, 녹은 물의 57%가 슬러시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을 파악했다.

기존에는 인공위성에서 관측한 연못이나 호수 면적을 중심으로 남극에서 얼음이 녹은 양을 추정했다. 그런데 실제로 녹은 물은 지금까지 인공위성을 통해 관측한 것보다 2.8배 많다는 것이다.

남극에서 얼음이 녹은 물은 통상 여름철인 11~2월에 바다와 맞닿은 빙붕 표면에서 연못이나 호수 형태로 발견된다. 빙붕은 남극 대륙을 뒤덮은 빙하가 바다로 흘러 내려와 평평한 형태로 얼어붙은 부분으로, 남극 해안선의 44%가량이 빙붕으로 둘러싸여 있다. 빙붕은 내륙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방파제 구실을 한다. 녹은 물이 많아질수록 빙붕이 무너지면서 남극 빙하 전체가 불안정해진다.

연구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관측위성의 남극대륙 관측 데이터에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해 2013년~2021년까지 면적 700㎢ 이상의 남극 빙붕 57개에 나타난 슬러시와 호수 면적을 월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가장 더운 1월에 남극 빙붕의 녹은 물 가운데 57%가 '슬러시' 형태로 존재했으며, 나머지 43%만이 지금까지 관측돼온 호수 형태인 것을 확인했다.

델 교수는 "호수는 인공위성 관측으로 쉽게 파악되지만, 슬러시는 구름 그림자처럼 보여 파악이 어렵다"며 "AI 머신러닝을 활용해 남극 대륙 전체의 슬러시를 빠르게 식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남극 연구의 대부분은 슬러시를 제외하고 이뤄졌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한 남극의 변화에 관한 연구를 다시 해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슬러시 형태가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한다는 점이다. 호수와 슬러시는 빛 반사율이 눈이나 얼음보다 낮기 때문에 동일 면적일 때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한다.

연구팀은 "슬러시까지 고려했을 때 남극 내 얼음은 표준 기후모델 예측보다 2.8배 더 녹았고, 빙붕 안정성과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쳐 기후모델의 예측치를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델 교수는 "슬러시는 지금까지 남극 대륙의 모든 대형 빙붕에서 전체적으로 파악된 적이 없어 그 영향이 무시돼 왔다"며 "이런 녹은 물의 영향이 기후모델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데 놀랐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KT, 악성코드 감염 알고도 '미보고'…"심각성 인지 못했다"

KT가 지난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악성코드 'BPF도어'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당국은 물론 대표이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은폐한 사실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삼성전자 조직이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두톱' 체제로 강화된다.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을 유임하고, 모바일(MX)·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기후/환경

+

인제군 산불 17시간만에 꺼졌다...산림 36ha '잿더미'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시간만에 진화됐다.2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자마자 소방헬기 29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한 결과

亞 탄소시장,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는 새 투자 무대로 급부상

아시아 탄소시장이 국가별 규칙이 제각각인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국제자본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기후

"해양 CCUS는 검증안된 기술...성능·영향 모니터링해야"

해양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검증없이 성급히 도입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20일(현지시간) 유럽 해양위원

2100년 美 5500개 유독시설 해안 침수로 위기 직면

2100년에 이르면 미국의 5500개 유독시설들이 해안 침수로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유독성 폐기물 저장소나 석유·가스 저장시설, 오

먹이로 착각하고 '꿀꺽'...바닷새·거북, 소량의 플라스틱에도 폐사

생각보다 적은 양의 플라스틱만으로도 다양한 해양생물이 죽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미국 해양보호단체 '오션 컨저번시'(Ocean Conservancy) 연구팀은

[COP30] 합의문 '막판 진통'…화석연료·기후재원 '평행선'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협상이 화석연료 전환과 기후재원을 둘러싼 이견으로 합의문 최종안이 막판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