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피지 등 오염 피해국 즉각 반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5차 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감축' 규제내용이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플라스틱 오염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로부터 강력하게 반발을 사고 있다.
29일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은 초안에 담길 '생산규제'에 대해 두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는 소식이다. 당초 협상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위해 77쪽에 달하는 초안을 17쪽으로 정리한 요약본 '논페이퍼'로 협상을 진행했지만 5일간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전이 없자 의장이 비공식적으로 이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이 제시한 선택지는 이번 협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에 대한 것이다.
첫번째 선택지는 요약본 6장(공급과 지속가능한 생산)에 명시된 '첫번째 협약 당사국 총회 때 1차 플라스틱 폴리머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전세계적 목표를 담은 부속서(annex)를 채택한다'고 규정하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이를 위해 당사국은 플라스틱 전주기에 대해 조처를 취하고,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수입·수출량을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겨있다.
두번째 선택지는 '생산규제'가 명시된 6장을 협약에서 아예 빼버리는 것이다. 글로벌 감축목표를 설정하자는 이른바 '플라스틱 소비·피해국'과 생산 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산유국을 비롯한 '플라스틱 생산국'의 입장을 모두 반영한 것이다.
초안에서부터 '생산규제'가 제외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플라스틱 오염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파나마, 피지, 미크로네시아 연방국가 대표단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고 강력히 비판했다.
파나마 대표단 후안 몬테레리는 "전세계에서 재활용되고 있는 플라스틱은 9.3% 뿐으로, 매초마다 트럭 한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쏟아지고 있다"며 "우리는 그린워싱 재활용 협약을 위해 모인 게 아니라 플라스틱 오염을 원천 봉쇄하고, 국제사회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피지 대표단은 "매년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5%가 플라스틱 생산으로 배출되는데, 이는 항공과 해운을 모두 합친 양"이라며 "아무리 폐기물 관리에 힘을 쏟는다고 해도 대부분 국가에서 예산 부족으로 폐기물량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INC-5 대표단장도 성명을 통해 "제안문은 협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려는 의도"라며 "회원국들은 글로벌 플라스틱 및 기후 위기에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형식적인 협약을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INC-5는 협상종료까지 3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초안도 완성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마지막 협상테이블인 5차 회의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내기 힘들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다.
<부산=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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