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칼럼] 원하는 것이 없는 삶...가능할까?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5-08-01 08:30:02
  • -
  • +
  • 인쇄
아마존 피하라 부족 '원한다'는 단어 없어
욕망하고 소비로 치닫는 우리삶 성찰해야
▲피라하 사냥꾼

우리 인간은 원하고 바라고 욕망한다. 그 원하는 것이 먼 미래에 속한 것이면 '희망'이 된다. 희망은 결핍과 부재에서 피어난 꽃이 되어 우리에게 손짓한다. 인간은 호모 큐피엔스(Homo cupiens), 즉 욕망하는 존재다. 욕망하라, 이 말은 현대인의 화두가 됐다.

◇ 피라하 부족의 별난 언어 세계

아마존 정글에는 특이한 소수부족이 있다. 바로 브라질 북서부 지역에 거주하는 피라하(Pirahã) 부족이다. 이 부족의 언어에는 '원한다'(want)에 해당하는 단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숫자를 나타내는 단어도 없다고 한다. 언어인류학자 다니엘 에버렛(Daniel Leonard Everett)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부족은 수에 대한 개념도 없고 이를 표현할만한 말도 없다. 대신 적은 양과 많은 양을 나타내는 상대적 표현만 사용한다. 이 부족은 또 색깔을 지칭하는 단어도 없고, 과거와 미래 시제가 없다. 특정 상태를 수식하는 부사절이나 종속절 구조도 없다. 시간감각이 없는 이들은 욕망도 표현하지 않고 살고 있다.

인간의 언어는 그 사고방식과 소통을 좌우하고 라이프 스타일과 직결된다. 피라하에게 과거나 미래를 나타내는 언어가 없다는 것은 그들에게 오직 현재의 직접적 경험만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내일이나 어제 그리고 기억에 관한 개념어가 없으므로 '원한다'라는 개념도 필요하지 않았던 거다. 이런 피라하 언어를 두고 언어가 발달하지 않은 문자 이전 단계라거나 미문명 상태로 단정짓는 것은 모든 걸 '문명-미개 도식'으로 나누는 서구적 편견에 불과하다. 이들은 자족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삶을 그대로 존중하고, 그 삶의 향기를 맡고자 하는 태도를 지녀야 하지 않을까.

피라하 사람들은 현재의 경험만으로 살아간다. '지금 여기'(now and here)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기대나 불안으로 마음 졸이지도 않고, 과거에 대한 회상이나 후회에도 거의 빠져들지 않는다. 욕망이 없는 삶이다. 아, 놀랍게도 이들은 수도자도 아니고 도인도 아니다. 사실 우리 도시인들은 아무리 애써도 피라하 스타일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 내 욕망의 출처–나의 바깥

오늘날 도시문명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오로지 욕망하고 소비하며 살아간다. 우리의 소비생활에 대해 현대의 지성들은 이렇게 해부한다. "그걸 원해서 구매했다구요? 아닙니다. 당신은 욕망하게끔 설계된 겁니다." 우리가 카드 결제를 하거나 온라인 구매를 할 때 뇌에서 발생하는 쾌감은 실제의 욕구나 생존과는 별 상관이 없다. 그 쾌감은 욕망의 충동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놀랍게도 내 욕망은 '나의 것'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라캉은 욕구(need)와 욕망(desire)을 명확히 구분한다. 욕구는 생물학적인 결핍을 채우는 데 목적이 있다. 배가 고파 밥을 먹는 것처럼, 욕구는 충족 가능한 것이고 충족되는 즉시 더 이상 욕구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욕망은 채울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필요'로 해서가 아니라, 타인이 욕망하기 때문에 바로 그것을 욕망한다. 재산, 명품, 학력, 이미지, 문화취향 등 모든 것이 욕망의 기호가 되어 우리를 움직이는 걸 우리가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사람들은 다투어 광고 모델이 들고 있는 명품 가방, 특정 브랜드의 상품, 인플루언서가 손에 쥔 물건이나 음료수를 찾는다. 욕망은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항아리처럼 끝없이 욕망하게 만든다.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소비사회>에서 이를 깊이 통찰했다. "우리는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호로서 소비한다." 그래서 우리는 물건의 필요성보다 그 브랜드와 사회적 이미지, 지위, 라이프 스타일을 구매하고 과시한다. 언제나 광고에 노출된 우리는 스마트폰과 텔레비전 모니터를 보며 온라인 구매에 열을 올린다. 우리의 욕망 자체가 조작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소비 충동을 느끼며, 소비와 상품의 과잉에서 오는 피로와 공허에 시달린다. 갈망하는 now–here의 삶은 no-where가 되어버리고 지금-여기에 번식하는 소비 안에서만 안심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탈출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 피라하 사람들의 레슨

피라하 부족은 우림 속에서 자연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들에게도 어떤 위험이나 자원의 부족이 없을 순 없을 것이다. 그곳은 결코 낙원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결핍을 느낄 줄 모른다. 그들은 더 많은 것을 원하는 대신, 자연과 함께 자신들의 온삶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그저 대지와 함께 살아간다. 문명인의 언어로 묘사하자면, 피라하 사람들은 원하는 것이 없다. 그 '없음'은 오히려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은 자유로운 삶, 생명의 흐름에 더 가까운 삶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이 목숨을 건 전쟁을 벌이는 정글이 아니라 넘침도 모자람도 없는 정원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피라하 사람들은 우리의 욕망을 깊이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에게 다르게 사는 법을 배우라고 말하는 것 같다. 우리를 칭칭 감고 있는 이 교묘한 질서의 구조를 의심하게 만든다. 나의 온 세포에 새겨진 욕망과 소비의 기호를 전복해야 하지 않을까? 내 욕망의 구조를 의심하는 것이 곧 저항의 출발점이다. 우리가 자꾸 '좀 더'(more)와 '더 나은 미래'로 달려가고 싶을 때, 그들의 삶에 귀 기울이는 것이 지혜이리라.

그러므로 다르게 말해보자. '나는 무엇을 원하다'고 말하는 걸 줄여보자. 셈하는 법을 줄여보자. 과거를 붙잡고 늘어지거나 미래를 앞당겨 짐으로 만들기를 그쳐보자. 그리고 내가 마주하는 사람들의 눈동자와 얼굴, 초록 숲과 푸른 하늘을 좀 더 바라보자. 그저 응시하자.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우리금융 지속가능보고서, 美LACP 뱅킹부문 ESG경영 '대상'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6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세계적인 권위의 '2024/25 LACP 비전 어워드' 뱅킹 부문 대상(Platinum)을 수상했다고 6일 밝혔다. '

[최남수의 ESG풍향계] 'ESG 공시' 이대로는 안된다

지난 5년동안 말만 무성했던 지속가능성(ESG) 공시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열린 제4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ESG 공시

정부의 설익은 '전환금융'…고탄소 배출기업들 '대략난감'

정부가 지난 25일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 확대방안을 발표하며 '전환금융'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정작 전환금융의 구체적 규모와 세부 집행계획을

대한항공 1년새 '운항 탄소배출' 42만톤 줄였다

대한항공의 '운항 탄소배출량'이 1년 사이에 42만톤 줄었다. 42만톤은 승용차 10만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운항 탄소배출'은 항공기 연

LS머트리얼즈, 글로벌 ESG 평가 '실버' 등급 획득

LS머트리얼즈가 글로벌 ESG 평가에서 '실버' 등급을 획득했다고 26일 밝혔다.실버 등급은 전체 평가대상 기업 가운데 상위 1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회사

삼성전자 '자원순환' 확장한다..."태블릿과 PC도 재활용 소재 사용"

삼성전자는 갤럭시S 스마트폰뿐 아니라 갤럭시워치와 태블릿PC, PC 등 모든 모바일 기기에 1가지 이상의 재활용 소재를 사용할 계획이다. 오는 3월 11일

기후/환경

+

기후변화로 길어진 알레르기 시즌…꽃가루 기간 최대 41일 증가

기후변화로 식물의 성장 기간이 길어지면서 꽃가루가 날리는 알레르기 시즌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6일(현지시간) 미국 비영리 기

'폭염 직후 가뭄' 기상패턴 40년새 6배 증가...농작물 직격타

폭염 이후 곧바로 가뭄이 이어지는 현상이 최근 수십 년 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최근 중국과학원과 미국 네브래스카대 공동

기상청·금감원·한은 '2026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기상청이 금융감독원, 한국은행과 협력해 기후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9일 밝혔다.기후 스트레스 테스

온난화, 10년새 2배 빨라졌다..."2030년 이전에 1.5℃ 상승"

최근 10년 사이 지구온난화 속도가 크게 빨라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연구팀은 자연 요인을 제외한 인간활동이 일으키

국민 53.5% "정치 견해 달라도 기후공약 좋으면 투표"

우리나라 국민 53.5%는 정치 견해가 달라도 기후공약이 좋으면 투표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민 72.2%는 2040년 석탄발전소 폐지에 대해 찬성

녹색전환(K-GX) 세부과제 만드는 '범정부 실무반' 가동

대한민국 녹색 대전환의 청사진 'K-GX(Green Transformation)' 전략의 세부과제를 수립하기 위한 범정부 실무반이 본격 가동됐다.정부는 6일 오후 정부서울청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