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없는 회의인데 무선인터넷 끊겨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5)가 주최측 준비 부족으로 '최악의 INC'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6일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는 12월 1일까지 진행되는 INC-5가 시작부터 주최측의 미흡한 행사 준비로 옵저버들이 회의장에 참석하지 못하고, 회의장 내 카페테리아에서 일회용 식기를 제공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옵저버들 사이에서 '최악의 INC'라는 평가가 돌고 있다는 것.
옵저버들은 시민의 눈과 귀를 대신하는 감시자로서, 전문 지식, 지역별 경험 등 다양한 입장을 전달하며 협약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이 포함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플뿌리연대에 따르면 현재까지 협상장에 참석한 옵저버는 전체의 3%에 불과하다. INC-5가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최종 협상회의로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면서 사전에 옵저버를 포함해 4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정됐음에도 주최측인 한국 정부는 참석자 수에 적합한 회의장 확보부터 실패했다.
특히 협약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원주민이나 비공식 폐기물 수거자(Informal waste pickers)들이 옵저버 자격으로 인도, 캐나다 등지에서 비용 및 생계 부담을 안고 이번 회의에 참석했으나 정작 회의장 안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
국내외 시민단체들이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국에 넓은 회의장 확보를 요청했으나 '회의장 확보 및 준비는 한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답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 정부 관계자는 'UNEP 에 책임 있다'거나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는 답변만 할뿐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국제시민사회'(Civil Society and Rights Holders Coalition)는 26일 UNEP와 한국 정부에 성명서를 제출하고 "UNEP와 대한민국이 이 중요한 회의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해 회원국과 옵저버 모두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겨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임을 지적했다.
옵저버의 회의 참석을 배제하는 행보는 협상 절차의 필수 요소인 투명성과 포용성의 원칙을 훼손한다. 이에 따라 △회의장을 확장하거나 타 회의실과 통합하여 수용 인원 최대화 △인원이 많이 참석하는 중요한 세션을 더 큰 회의실로 조정 △다른 회의장에서 생중계 라이브로 중계하는 방안 등을 전달했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일회용품 저감을 위해 다회용품 사용 확대 정책을 확대한다고 적극 홍보해놓고, 정작 회의장에는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일회용품을 제공하고 있다. 회의장 내 무선인터넷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종이없는 회의를 위해 전자기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인터넷 사용이 원활하지 않아 회의참석자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IT강국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플뿌리 연대는 "한국 정부는 개최국으로서 회의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준비할 의무가 있다"먼서 "그런데도 이 의무를 지키지 못해 전세계에서 참석한 옵저버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누구든 회의 참석이 제한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빠르게 장내 정돈 및 개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이재은 기자]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