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촌 곳곳이 '불판'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아직 한여름이 시작되지 않았는데 유럽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한낮 기온이 40℃를 넘나들고 있다. 지금 추세로 폭염이 이어진다면 올 6월이 '역대 세번째로 더운 6월'을 기록한데 이어, 올 7월도 역대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폭염은 가뭄과 산불까지 유발하면서 피해를 더 키우고 있고, 수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유럽 대륙은 이미 6월부터 '조용한 살인자' 폭염으로 신음하기 시작했다. 그리스는 지난 8일 42℃까지 치솟았다. 이에 관광객이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오후 1~5시까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출입을 금지했다. 고대 신전은 지붕이 없기 때문에 폭염에 더 취약하다. 또 현장노동자와 배달종사자에게 강제휴무를 명령했다.
프랑스도 6월부터 40℃가 넘는 폭염이 계속 이어졌고, 스페인 서부지역도 연일 39℃에 달하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폭염에 의한 산불까지 발생하면서 현재 산불경보까지 내려진 상태다. 폴란드 역시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강물이 말라붙어 주요 강이 위치한 지역에 가뭄경보를 발령했다.
유럽대륙이 이처럼 폭염에 시달리는 것은 지중해에서 형성된 고온건조한 고기압이 정체된 채 뜨거운 공기를 가둬놓는 열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중해도 지글지글 끓고 있다. 지중해 해수면 온도는 28℃가 넘고 있는데 이는 평상시보다 5℃ 이상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유럽의 폭염은 6월부터 시작됐다.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연구소(C3S)는 서유럽은 올 6월이 '역대 가장 더운 6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6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수은주가 최고 46℃까지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체감온도가 48℃까지 올라갔다.
7월 현재 폭염은 유럽만 휩쓸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과 중국, 우리나라도 찜통더위가 덮쳤다. 중국은 동부와 남부, 북서부 등 전국 곳곳에서 40℃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9일 광명과 파주의 한낮 기온이 40℃를 넘겼다. 우리나라에서 40℃가 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인데, 한여름도 아닌 7월초에 40℃가 넘는 경우는 더 드물다.
통상 장마가 끝나는 7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지만, 올해는 6월말부터 고온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6월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2℃가 높게 나왔고, 지금 추세대로면 7월도 역대 가장 더운 7월로 기록될 확률이 높다. 한여름도 되기전 40℃가 넘는 기온을 기록함에 따라, 올해 우리나라 여름의 기온은 역대 최악의 폭염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기상청은 "현재 고온은 평년보다 2℃ 이상 높은 수준이며, 고온 기간이 평년보다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
기후분석기관들은 올해 폭염이 6월부터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12개국은 지난달 자국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6월을 기록했고, 이외에도 26개국이 "예외적으로 더운 6월"로 분류됐다. 일본은 1898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을 기록했고, 중국은 102개 관측소에서 6월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됐다.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나이지리아는 작년에 이어 올해 6월에도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했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에티오피아, 콩고민주공화국 등에서는 6월 기온이 역대 두번째로 높았다.
기후과학자 프리데리케 오토는 "기후변화로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폭염이 일상이 됐다"며 "도시 구조, 복지제도, 전력 인프라 전반이 고온에 대응하도록 재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은 이제 막 시작단계"라고 입을 모은다. 북반구 여름은 아직 8월까지 남아있고, 향후 열파가 얼마나 더 거세질지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각국 정부와 기후 당국은 대응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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