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상위권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TSMC.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최강자이고 TSMC는 파운드리 1위 기업이다. 이들 두 기업은 글로벌 선두권 기업인 만큼 ESG 경영에서도 모범을 보이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실제는 어떨까?
두 기업은 ESG 평가등급에서 우수한 수준에 랭크돼 있다. 다만, TSMC가 삼성전자보다는 등급이 한 수 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KnowESG가 ESG 평가기관의 등급을 종합해놓은 내용을 보면, MSCI 등급은 TSMC가 AAA로 삼성전자의 AA보다 높다. LSEG 평가 점수도 TSMC가 77점으로 삼성전자(75점)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서스테이널리틱스 점수는 삼성전자가 19.6점으로 TSMC 14.2점보다 높다. 2대1로 TSMC가 우세한 편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두 기업이 각각 내놓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비교해보면 ESG 경영에 접근하는 두 회사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먼저 중대성 평가를 통해 선정된 ESG 경영의 주요 이슈를 살펴보자. 삼성전자가 꼽은 이슈는 가후변화 및 에너지, 수자원, 자원순환 및 폐기물, 임직원(근로조건), 공급망, 정보보호 및 보안, 제품 품질 및 안전, 윤리경영 등 8개다. 이에 비해 TSMC는 지속가능한 공급망, 기후 및 에너지, 인재 유치 및 유지, 인재개발, 혁신관리, 물 스튜어드십, 순환자원, 공기오염 통제, 제품 품질, 안전 및 보건, 인권, 사회적 영향, 고객 관계, 다양성 및 포용성 등 14개를 주요 이슈로 삼고 있다. TSMC가 더 광범위한 주제를 관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TSMC는 이 14개 이슈별로 2030년 달성 목표를 구체화해놓고 있어 상대적으로 더 체계적으로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문별로 양사의 ESG 경영을 비교해보자. 먼저 환경경영. 삼성전자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정한 데 비해 TSMC는 탄소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전체를 고려한 넷제로를 지향하고 있다. 탄소중립(또는 넷제로) 시기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TSMC 모두 2050년으로 같다. RE100 달성 시기는 TSMC가 2040년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2050년)보다 10년 빠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가 TSMC와 다른 점은 기후변화 관련 지표를 경영진의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해 성과에 연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조직 및 임원 평가에 온실가스 감축 실적, 재생에너지 전환, 폐기물 재활용 실적 등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만큼 실행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음은 공급망 관리. ESG 경영의 성패가 협력업체의 적극적인 참여 여부에 달려 있는 만큼 양사 모두 공급망을 세밀하게 관리하고 있다. 차이점은 TSMC가 세부 과제별로 2030년 달성 목표를 정해 촘촘하게 공급망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 비해 삼성전자는 1차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2차 협력업체까지 관리대상에 넣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TSMC가 세운 2030년 협력업체 관리 목표에는 탄소배출 30% 감축, 에너지 소비 1500GWh 절감, 물 사용량 1억5000만 톤 축소, 폐기물 배출량 42% 감축이 포함돼 있다. 또 협력업체들이 광물 100%를 환경 훼손이나 인권침해 없이 책임있게 조달하고 1차 협력업체 전체가 다양성 및 포용성(DEI)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달성할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기업에서 잘 볼 수 없는 TSMC 정책의 특징이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큰 틀에서의 제도 운용에 역점을 두고 있다. 강제노동 방지 등을 담은 협력업체 행동규범을 명문화한 다음 거래 기본계약서에서 이를 준수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신규 거래업체를 선정할 때 환경안전, 노동인권, 부패 방지 등 6개 영역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특히 노동인권 상황을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 강제노동 방지와 관련해서는 동일한 위반이 반복되면 거래중단 조치까지 취한다는 방침이다.
DEI 정책의 경우 삼성전자는 담당 사무국을 별도로 둬 그만큼 이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임원 및 간부의 여성 비율은 삼성전자가 TSMC보다 높다.(2023년 기준 임원 삼성전자 7.3%, TSMC 5.9%). 하지만 향후 목표는 TSMC가 더 전향적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여성임원 비중을 2022년 기준(6.9%) 2배 이상 수준으로 올리기로 한 반면 TSMC는 20% 이상을 목표치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는 ESG 경영에서 서로 차별화된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TSMC는 혁신 관리를 중대 이슈로 선정하고 매출의 8.5%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는 것을 2030년 목표로 공표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인재 관련 정책도 중시해 이직률을 10% 미만으로 낮추고, 직원의 계속 근무 비율을 95% 이상으로 올리며,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직원 비율을 9% 밑으로 떨어뜨리겠다는 세부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ESG 경영 성과를 임직원의 보상에 연계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준법과 윤리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상대적 강점이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반도체 시장에서의 맞수인 삼성전자와 TSMC는 ESG 경영에서도 유사한 점과 다른 점을 드러내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TSMC의 접근 방식이 상대적으로 더 구체성과 적극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ESG 경영에 개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ESG기준원의 평가에서 삼성전자의 2024년 등급은 중상위권인 B+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이자 글로벌 톱 기업인 삼성전자의 ESG 성적표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ESG가 이제는 기업 경영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만큼 삼성전자가 이 영역에서도 '역할모델'로 변신해 ESG 경영을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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