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 마감시한이 3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않자, 국제 시민사회단체들이 만장일치 방식을 고집하며 시간끌기 하지 말고 뜻있는 국가들끼리라도 합의하라고 재촉했다.
각국 대표단의 협상에 진척이 없자, 옵저버로 참가하고 있는 그린피스와 플뿌리연대, 플라스틱추방연대(BFFP), 국제환경법센터(CIEL), 세계자연기금(WWF) 등 15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9일 오전 9시 30분 벡스코 1전시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촉구하며 각국 대표단이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통해 "자발적 조치에 의존한 협약으로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각국 정부 대표단은 이 시점에도 플라스틱 오염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외면한 채 비현실적인 만장일치를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수결이나 뜻이 맞는 국가들끼리 합의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미래세대와 우리 모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절충안 없는 강력한 협약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회원국들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해 법적구속력이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5차례에 걸쳐 제정하기로 합의한 이후 이번이 마지막 회의다. 2022년부터 지금까지 4차례 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주장하는 진영과 산유국 등을 중심으로 '재활용 포함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는 주장을 하는 진영이 대립해왔다.
INC-5는 그간의 이견차를 좁히고 국제사회가 통일된 협약을 마련해야 하는 마지막 회의다. 하지만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협상은 29일자로 5일째를 접어들었지만 아직 이렇다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회의에 참여하는 당사국들은 생산 감축을 비롯한 주요 쟁점들을 두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법률초안도 작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NC-5는 12월 1일 회의 기한까지 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 77쪽에 달하는 협약 초안을 17쪽으로 정리한 요약본인 '논페이퍼'(Non-paper)를 기초로 △제품디자인⋅유해화학물질⋅플라스틱 생산 △폐기물관리·정의로운 전환 △재정·기술이전 △국가계획·건강·인식교육 4개 컨택그룹으로 나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4개 컨택그룹에서 합의된 의제를 법률 초안 작성 그룹에 보내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협약안 작성이 시작될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은 폐기물관리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거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루이스 바야스 발바디에소 INC-5 의장은 29일 오후 12시까지 법률 초안에 필요한 합의내용을 전달하도록 마감시간을 못박았다.
이에 국제 시민단체들은 마감시한까지 법률초안 문구가 나올 수 있도록 정부 협상단을 압박하고 있다.
<부산=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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