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확대 필요하지만..."인권·환경 보호장치도 마련해야"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8-29 1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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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열린 녹색전환연구소 해상풍력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녹색전환연구소)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권과 환경을 두루 고려해야 지속가능한 전환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29일 국회 기후위기탈탄소경제포럼과 녹색전환연구소 주최로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상풍력 보급과 인권·환경 리스크 제도적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해상풍력발전 설비 보급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해상풍력은 공급망이 복잡하고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 이로 인한 어민 등 이해관계자가 받는 인권적 영향이 긴밀히 연관돼 있다. 하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따른 인권·환경영향평가는 사업자 관점에서 이뤄지고, 해외 개발사가 만든 평가틀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아 국내 실정과는 괴리가 크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토론 참석자들은 재생에너지 전환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자 당연한 방향이지만, 주민 수용성과 생계 보장, 생태계 보호가 뒷받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지현영 변호사 겸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은 △어민·지역사회 권리 침해 △송전망 등 설치에 따른 강제 이주 및 토지 수용 문제 △핵심광물 채굴 및 부품 제조 과정에서 아동노동·강제노동 위험 등 해상풍력 설비 설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인권 문제를 짚었다. 이 대표적으로 언급됐다.

그는 "풍력·태양광 발전은 화력발전소보다 생산 단위당 더 많은 토지가 필요하다"며 "해상풍력 공급망 전반에 걸쳐 주요한 부정적 영향에 대한 식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령 프랑스는 해상풍력발전 사업자에게 발전 설비용량에 비례한 '해상풍력 터빈세'를 부과해 이를 지역사회 및 피해 어민에게 환원하고 있다. 대만은 전력개발지원금을 통해 지역사회 영향 완화를 지원하고 있다.

지현영 변호사는 "사업 속도만을 앞세우면 지역사회 내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제도 보완을 통해 해상풍력 공급망 전반에 인권실사 및 지역사회 환원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보조금이나 공공조달에 인권·환경 기준을 반영한 '인권실사' 의무화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소장은 해상풍력의 잠재적 환경 영향을 언급하며 "해상풍력 확대 과정에서 해양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21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고정식 해상풍력발전과 육상 송전선은 조류 충돌이나 해저 서식지 훼손, 수중소음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IUCN은 해상풍력단지 사전입지계획 단계부터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신재은 소장은 '해양공간계획(MSP)'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MSP는 어업·해운·에너지 개발·관광·보전 등 바다의 다양한 이용을 체계적·공간적으로 배분하는 정책 도구로 현재 70개국 이상이 도입하거나 추진 중이다. 한국 역시 2019년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공간계획법)'을 시행하고, 제1차 해양공간기본계획(2019~2028)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올 3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해상풍력 특별법)'에 인권·환경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백옥선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상풍력 특별법은 기본적인 원칙만 담고 있을 뿐, 구체적인 제도 설계는 하위법령에 위임돼있다"며 "법안에 포함된 민관협의회 제도가 형식적 기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어업인과 주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대표성과 정보공개, 의사결정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승혁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는 에퀴노르가 울산 지역에서 수행한 환경사회영향평가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국제금융공사(IFC)의 요구사항과 에퀴노르 평가서의 결과가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이해관계자 참여 절차, 어업 보상, 주민 사전 동의 절차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 향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승혁 박사는 정보공개 투명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은 공람기간 이후 해상풍력 환경영향평가서와 주민의견 반영 결과 등을 모두 비공개 하고 있다"며 "이와 달리 대만과 유럽은 상시 공개하고 있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김세미 에퀴노르 반딧불이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 인허가 차장은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해상풍력은 최대 수조 원 규모의 초기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라며 "IFC의 환경사회지침 등이 사실상 국제표준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기후리스크·인권·누적영향평가를 국내 환경영향평가에 단계적으로 반영하고, 사업자 단위를 넘어선 공공 주도의 누적영향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조은별 오션에너지패스웨이(OEP) 한국프로그램 국장 또한 국제금융기관이 IFC 성과기준에 따라 인권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할 경우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좌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태성 국가인권위원회 사회인권과 사무관은 "해상풍력 보급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인권에 대한 절차까지 단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르웨이·멕시코에서 지역주민 동의 없는 재생에너지 사업이 대법원 판결이나 소송으로 취소된 점을 언급하며 "인권실사가 부족할 경우 결국 비용과 시간이 더 늘어난다"고 언급했다.

박태성 사무관은 "재생에너지 확대의 목적은 기후위기 대응을 통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현재와 미래세대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에 있다"며 "장기적으로 충분한 협의와 인권실사가 기업 수익성과 사업 기간 단축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변천석 한국에너지공단 풍력사업실 실장은 "해상풍력은 단순 전력사업이 아니라 주민과 어민, 해양생태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라며 "주민 수용성 확보, 생계권 보장, 환경 보전 없이는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상풍력이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의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속도 경쟁보다 인권과 환경을 존중하는 제도적 기반 위에서 주민·어민과 함께 가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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