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29표로 결선투표 못가...로마는 17표
박빙을 예상했던 '2030 부산엑스포' 유치가 결국 사우디의 오일머니를 넘지 못하고 참패하고 말았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부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게 무려 119대 29로 졌다. 부산은 1차 투표에서 리야드에게 90표나 뒤졌기 때문에 2차 투표는 진행되지도 않았다. 이탈리아 로마는 부산보다 뒤진 17표를 얻는데 그쳤다.
개최지는 참여국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표를 얻으면 선정된다. 리야드는 165개 참여국 가운데 3분의 2인 110표를 넘겼기 때문에 결선 투표 없이 '2030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다.
우리나라는 결선 투표에서 리야드를 누르고 개최지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세웠지만, 1차 투표에서 모든 것이 결정나면서 이같은 전략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당초 사우디가 월드컵을 유치하게 되면 부산이 엑스포 개최지로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이다. 지난 1일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자신의 소셜서비스(SNS)에 "아시아(사우디)에서 2034년 월드컵이 개최될 예정"이라며 사우디의 월드컵 유치 가능성을 시사했던 것이다. 국제행사는 한 국가에서 연속적으로 개최되지 않도록 하는 관례를 비춰보면, 사우디가 월드컵과 엑스포를 모두 유치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워낙 큰 표차로 졌기 때문에 애시당초 정부의 분석이 잘못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찌감치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든 사우디는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상태에서 우리나라가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것이어서 판세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들까지 나서서 엑스포 유치를 위해 회원국들을 순방했고, SK와 삼성, 현대차 등 민간기업을 앞세워 엑스포 유치 홍보전을 펼쳤다. 이같은 유치활동을 펼친 덕분에 많은 지지표를 얻었다고 정부는 낙관했지만 결과는 역전에 실패했다. 막판에 이탈리아 로마가 엑스포 유치를 거의 포기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정부는 부산 유치 가능성에 더 희망회로를 돌렸다. 그러다보니 총회 하루전까지 박빙으로 판세를 분석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30 엑스포'를 유치한 사우디는 '변화의 시대:미래를 내다보는 내일로 함께'라는 슬로건으로 이번 엑스포를 개혁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사우디로선 엑스포라는 전세계적 이벤트를 통해 보수적 이슬람 왕정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에 의존했던 사우디가 '포스트 오일' 시대를 주창하며 태양에너지 등을 이용해 탄소중립을 넘어 '탄소 네거티브' 엑스포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것도 전세계적 도전 과제인 기후 위기에 맞서 책임있는 국제 사회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이미 지속가능한 교통 인프라를 개발하고, 순환경제 모델을 촉진하며,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을 조성하는 중이다. 리야드 도심에는 여의도 16배 규모(16만㎢)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킹 살만 공원을 만들어 생태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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