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의 피부에 직접 닿는 생리용품 '탐폰'에서 허용치의 40배에 달하는 농약성분이 검출돼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영국 농약행동네트워크, 여성환경네트워크, 농약협력기구 등이 영국에서 시판되는 15개 탐폰 제품을 분석한 결과, 살충제로 쓰이는 글리포세이트가 식수에 허용되는 기준보다 40배 높게 검출된 제품이 발견됐다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생리용품을 통해 흡수된 화학물질은 음식이나 물과 달리 신체 해독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혈관으로 침투한다는 점에서 상황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리용품이 닿는 피부의 경피 흡수율은 팔 안쪽 피부의 수십배에 달하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체내에 더 쉽고 빠르게 축적될 수 있다.
보고서는 탐폰에 쓰이는 면화가 전세계에서 화학물질 의존도가 가장 높기 때문에 살충제가 탐폰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했다. 탐폰 제품 가운데 유기농 면화 사용률은 1%에 불과했다.
보통 면화는 재배과정에서 300종의 살충제가 사용되며, 그 중 100종 이상이 글리포세이트를 포함한 고위험 살충제로 분류된다. 고위험 살충제는 독성이 강할 뿐만 아니라 암 등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 살충제로 인해 면화 재배지의 물과 토양을 오염시켜 생물다양성에도 해를 끼친다.
생리용품에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임신부와 태아에 악영향을 미치는 프탈레이트, 쓰레기 소각과정에서 생기는 다이옥신, 납과 비소와 같은 중금속 등 자궁내막증, 불임, 암과 같은 생식 및 호르몬 질환을 유발하는 성분이 다수 검출된 연구사례가 있었다.
보고서는 "정부는 생리용품을 보다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면서 "화학 잔류물이 없는지 확인하는 시험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는 소비자들이 제품의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생리요품의 모든 성분과 첨가물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약협력단체(Pesticide Collaboration)의 에이미 헬리는 "여성은 유해 화학물질 노출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문제라는 사실조차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23년 생리대 25종에 대해 진행한 세포독성 검사에서 18종(72%)이 세포성장을 억제하는 유해물질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연구를 진행한 박천권 성균관대 교수는 "생리대처럼 여성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안전한 검사법을 만들고 생리대의 유해물질에 대한 전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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