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내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2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 공적금융기관은 지난 10년간 LNG선박에 약 52조원 넘게 쏟아부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까 우려되고 있다.
28일 기후솔루션이 발간한 'LNG운반선: 가스확장의 최전선 뒤 숨겨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공적금융기관은 지난 10년간 652척의 LNG운반선에 총 52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한해에만 15조1000억원을 투입했다.
10년간 투자금액 순으로 보면 수출입은행(KEXIM)이 31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한국산업은행(KDB)이 12조8000억원, 무역보험공사(K-SURE)가 6조9000억원,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2000억원, 한국해양진흥공사(KOBC)가 600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LNG운반선 투자금이 좌초자산이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미국의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올 2월 보고서에 따르면, LNG 가격의 지속적 상승과 유럽의 가스소비 감소, 에너지 전환 등으로 앞으로 몇 년간 글로벌 LNG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30년까지 가스 수요가 20%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가장 낙관적인 LNG 수급 시나리오에서도 가스 수요는 2030년 이전에 정점을 찍고 하락곡선을 그린다는 예측이다. 독일 씽크탱크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도 올 5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LNG선박 발주량은 공급과잉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조선산업의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근 해외 선주사들의 '투기성 발주'가 늘어나는 것도 위험요인이다. '투기성 발주'란 장기 사용계약 없이 단순히 선박시장 수요만 예측해 발주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전세계 LNG운반선 발주 물량 중 39%(124척)는 투기성 발주였다. 시황 호조를 노리는 투기성 발주는 시장을 교란시키고 선박 가격을 과도하게 상승시켜 국내 조선소와 공적금융기관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업계는 LNG운반선 수주량 증가를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3대 조선사가 현재 건조중인 LNG운반선은 252척에 이른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공적금융기관이 좌초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영국, 유럽연합(EU), 미국, 캐나다 등을 포함한 39개국 공적금융기관은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하는 '글래스고 선언'에 서명하고, 금융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지난 17일 전세계 주요 환경단체들은 해외 화석연료 금융 1, 2위를 달리고 있는 한·일 정부에 신규 화석연료 금융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기후솔루션의 오동재 연구원은 "올해 전례없는 기후위기를 경험하면서 화석연료의 확장 중단의 필요성이 전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다"며 "LNG 산업은 석탄 산업이 지금 겪고 있는 것처럼 막대한 좌초 위험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LNG 운반선은 LNG 밸류체인 확장을 잇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LNG선 시장의 확장에 기여하는 선주사, 금융기관, 핵심 기자재 업체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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