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 격차도 벌어지나...공급망 기후평가 TSMC 'C' 삼성전자 'D+'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11-21 11:38:40
  • -
  • +
  • 인쇄
SK하이닉스와 LG·삼성디스플레이는 개선
RE100도 삼성은 2050년 TSMC는 2040년
▲2021~2022년 전자산업 공급망 기업별 기후위기 대응 점수 변화 (자료=그린피스)


동아시아 반도체 기업의 공급망 기후위기 대응평가에서 대만의 TSMC는 1년 사이에 성과가 개선된 모습을 보인 반면 삼성전자는 변화가 없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동아시아 주요 전자제품 공급업체 11곳을 대상으로 평가해 21일 발표한 '2023 공급망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에서 2021~2022년 SK하이닉스는 'D→C', TSMC는 'C-→C'로 성과가 개선됐지만 삼성전자는 'D+'에 머물러 경쟁사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번 평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최종 조립 부문 주요 11개 공급업체의 전년 대비 기후대응 진전 사항을 △기후위기 대응 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증감 및 조달 방식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 △정책 옹호 활동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지난 10여년간 구글 등 주요 소비자 전자브랜드가 자체 전력사용량에서는 RE100을 속속 달성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업계 탄소배출량의 70%는 공급망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공급망 기후위기 대응은 매우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전자업계 공급망 배출량은 2030년에 포르투갈 전체 탄소배출량의 2배인 86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전력소비량은 호주 연간 전력소비량에 가까운 237테라와트시(TWh)로 늘어나게 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파리기후변화협정의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문에서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현재 수준의 절반 이상으로 줄여야 한다. 그럼에도 조사대상 가운데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절반 이상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업체는 한곳도 없었다.

또 이 11개 업체의 2022년 재생에너지 비율 중간값은 20%에 불과했다. 중간값인 20%는 전년의 10%에 비해 2배 늘어난 상황이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대부분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와 같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효과가 작은 조달 방식에 의존하는 한계를 보였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중국의 입신정밀과 인텔의 아시아 사업장은 'C+'로 가장 높은 성적을 받았다. 애플 및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요 공급업체인 입신정밀은 2022년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재생에너지 70%를 확보하면서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또 입신정밀은 2025년까지 사용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제조사인 인텔은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조달하겠다고 약속한 유일한 기업이다. 인텔의 2022년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은 93%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 높은 성적인 'C'를 받은 곳은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다. TSMC는 2030년까지 전력의 6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기존보다 10년을 당겨 2040년에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최근 발표했다. 또 2022년도에는 전체 재생에너지 전력 소비 중 재생에너지 확대에 효과가 큰 조달 방식을 44.1% 적용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2년째 'D+'를 기록했다. 조사대상 반도체 기업 가운데 가장 낮다. 삼성전자는 2021년 대비 2022년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이 11%포인트(p) 늘긴 했지만, 전력 사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 내 재생에너지 100% 전환 일정이 2050년으로 매우 늦고,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방식 역시 효과가 작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나 녹색프리미엄 제도에 99% 가까이 의존하고 있었다. 게다가 2030년 배출량 감축 목표가 없을 뿐만 아니라, 202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비해 SK하이닉스는 'C'를,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C-'를 기록해 지난해 대비 모두 한두 단계 이상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이 전년에 비해 25.6%p 상승해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LG디스플레이는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53% 감축할 것을 약속했으며, 2022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15.6% 감축하는 성과를 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배출량을 24.7% 감축했으며, 재생에너지 전력비율이 16%p 증가해 SK하이닉스 다음으로 높은 진전을 보였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현재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력사용량은 TSMC보다 많지만, 상황이 역전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TSMC는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2030년까지 60%로 늘리고 RE100 달성도 2040년으로 10년 앞당기겠다고 선언했다"며 "하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중간 로드맵도 없이 2050년 RE100 목표에 머무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후대응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기후공시가 코앞에 다가온 만큼, 삼성전자가 진전된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다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SG 정책 중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 가장 시급해"

ESG 정책 가운데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목소리다.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은 지난 17일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한숨돌린 삼성전자...이재용 사법리스크 9년만에 털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9년째 이어지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그동안 1주일에 두번씩 법정에 출두

"잔반 없으면 탄소포인트 지급"...현대그린푸드, 단체급식에 '잔반제로' 보상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가 '탄소중립포인트' 제도에 신설된 '잔반제로' 항목을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실제 단체급식 사업장에

"노사 칸막이 없는 문화"…LG CNS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

AX전문기업 LG CNS가 상호 존중과 대화, 협력을 바탕으로 한 모범적 노사문화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5년 노사문화 우수기

KB국민은행, 금융취약계층 위한 '도움드림창구'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도움드림창구'를 새롭게 운영한다.KB국민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은 물론 7세 이하 자녀를 동반한 보호자

기아, 오토랜드화성 사업장에 PPA 재생에너지 첫 도입

기아가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오토랜드화성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재생에너지 전력은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체결한

기후/환경

+

산불 휩쓴 산청...600㎜ 넘는 물폭탄에 곳곳 산사태

올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경남 산청군에 이번에 6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산불로 회복되지 못한 산림이 폭우에 깎여 곳곳에 산사태가 발

농경지 1만3000ha 침수 피해…'극한호우'에 밥상물가도 '비상'

한달치 비가 하루에 쏟아지는 '극한호우'로 전국의 농경지 1만3000헥타르(ha)가 침수되면서 농산물 가격폭등이 예상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브라질 의회 '환경허가 완화법' 의결..."환경규제 사실상 붕괴"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는 브라질에서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환경허가 완화법'이 의회를 통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

경기도민 절반 '장마철 피해대처 방법' 모른다...소득별 정보격차 커

경기도민의 절반은 장마철 피해를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저소득층의 재해대응 인지도는 고소득층보다 25.

美 재생에너지 심사는 '깐깐하게' 석탄재 정화규제는 '느슨하게'

미국 정부가 풍력·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는 강화하면서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유독성 석탄재의 정화 시한은 늦추기로 하는 등 재

역대급 '극한호우'...왜 충청과 남부에 비구름대 몰리나?

지난 16일부터 충청권과 남부지역을 강타하고 인명피해까지 낸 폭우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로 심화된 '대기의 강'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18일 기상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