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포집을 위한 나무심기가 되레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탄소포집용 단일종 식재 농장이 열대 생물다양성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방지에 기여하는 정도 또한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3일(현지시간)영국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환경변화연구소 생태학자들은 이같은 내용의 연구논문을 발표하며 "아마존과 콩고 분지와 같은 값을 매길 수 없는 생태계가 단지 탄소가치로 환원되고 있다"며 "해당 국가의 정부가 상업적 단일 재배보다 토종 숲의 보존과 복원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팀은 "열대지역에 비-토종 나무를 심으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반면 자생 동식물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열대 지방에서 소나무, 유칼립투스, 티크나무 등 탄소상쇄 나무 농장의 상업적 인기가 높아지면서 토종 생태계 파괴, 토양 산성화, 토종 식물 폐사, 산불 증가와 같은 악영향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나무심기의 환경적 혜택은 복원의 규모와 유형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막대한 면적이 필요하다. 연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위해서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을 합친 크기의 농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논문은 "열대 생태계가 제공하는 광범위한 생태계 기능에도 불구하고 자본사회는 이러한 생태계의 가치를 탄소라는 단 하나의 지표로만 축소했다"며 "흔히들 탄소저장량만 극대화하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에도 도움이 되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동안 나무심기는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졌다. 이에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산림면적을 빠르게 늘리기 위한 수십 개의 공공 및 민간사업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인위적인 숲 조성이 실제 환경에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같은 규모의 자연림이 인공산림보다 40배 많은 탄소를 회수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옥스퍼드대학의 헤수스 아기레-구티에레즈(Jesús Aguirre-Gutiérrez) 생태학 교수는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연구하기 위해 열대 지방에서 많은 현장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티크, 침엽수, 유칼립투스 등 단일종 농장의 유행을 직접 목격했다"며 "이러한 계획은 나무를 심는 회사에게는 이득이지만 생물다양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림지가 천연림보다 단기 경제성은 높지만 생물다양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며 "예시로 브라질 세라도 사바나 지역에서는 인공산림 면적이 40% 증가하자 식물과 개미의 다양성이 약 30%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른 생태학자들도 이번 논문을 옹호하고 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기후변화를 가르치는 사이먼 루이스(Simon Lewis) 교수는 "나무를 탄소저장 덩어리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며 "물론 종이와 목재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조림지 자체는 필요하지만, 산업 조림지를 탄소상쇄로 둔갑시키는 것은 규제되지 않은 탄소상쇄 시장의 또다른 문제다"고 말했다. 그는 "나무심기를 화석연료 배출을 급격히 줄이는 대안으로 간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토마스 크라우더(Thomas Crowther)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ETH Zurich) 생태학 교수는 "생태계의 탄소가치를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며 "자연의 한 부분을 다른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길 때마다 우리는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그 부분의 개발을 장려하는데 이제는 탄소포집이 그 대상이다"고 우려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태학 전문학술지 환경 및 진화동향(Trends in Ecology & Evolution)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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