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3 11:03:53
  • -
  • +
  • 인쇄
▲국민연금공단 본부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13일 국민연금연구원은 '월간 연금이슈 & 동향분석(제113호)'에 실린 'ESG 투자에 관한 논쟁과 정책 동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제기되는 ESG 회의론의 핵심을 짚었다.

보고서는 ESG가 최근 10년간 세계 자본시장의 표준으로 자리잡았지만, 최근 ESG 투자가 정말 돈이 되는가, 실제 세상을 바꾸는가의 실효성 여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대표 ESG 지수(MSCI USA ESG Select)는 장기 누적수익률에서 시장 전체 지수(MSCI USA)에 미치지 못했다. 3년, 5년, 10년 단위로 살펴봐도 수익률은 시장 평균보다 낮고 가격 변동성은 오히려 더 컸다. 위험을 고려한 수익성을 나타내는 샤프비율 역시 시장 전체 지수가 더 높아, ESG 투자가 재무적으로 우월하다는 명확한 증거를 보여주지 못했다.

또 ESG 원칙을 표방하지만 실제 포트폴리오에 대형 화석연료 기업을 다수 포함한 펀드 사례처럼,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ESG라는 용어가 구체적으로 어떤 투자 행위를 의미하는지 모호하다는 근본적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국은 이미 ESG에 비판적인 인식이 퍼지면서 '반ESG' 정책이 나타나고 있다. 플로리다주 등 여러 주에서는 공공연금이 ESG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가 아닌 '재정적 요소'만 고려해 투자하도록 법을 제정하고 있다. 2021년부터 4년간 미국 40개 주에서 발의된 반ESG 법안은 392건이고, 이 가운데 44건이 통과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의 기후정보 공시 의무화 규칙을 채택한 지 한달 만에 자발적으로 효력을 중단했다.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 글로벌 금융사들도 ESG 관련 연합체에서 잇따라 탈퇴했다.

ESG를 선도해 온 유럽마저 잠시 주춤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과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등 ESG 공시 및 실사를 의무화해왔지만, 최근 기업 부담 등을 이유로 일부 규정의 시행을 연기하고 내용을 완화하고 있다.

결국 ESG 투자는 더 이상 전세계 보편적 기준이 아니라, 각국의 정치·제도적 특수성을 반영하는 '맞춤형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ESG 투자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문가들은 국민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들도 ESG 투자 원칙을 어떻게 정립하고 대응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핵심은 ESG 투자의 동기가 재무적 수익에 있는지, 혹은 비재무적 가치관에 있는지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KT "고객보호조치에 총력…펨토셀 관리체계 대폭 강화"

KT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서버가 감염된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 드러나자, KT는 "네트워크 안전 확보와 고객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KT, 서버 43대 해킹 알고도 '은폐'…펨토셀 관리체계도 '부실'

KT가 43대의 서버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 정부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KCC글라스가 국내 최초로 조류충돌 방지기능을 갖춘 유리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

기후/환경

+

강수량 600㎜·풍속 220㎞ '괴물태풍'...'갈매기'에 베트남 쑥대밭

태풍 '갈매기'가 필리핀에서 최소 323명의 사망·실종자를 내고 베트남까지 휩쓸고 있다.7일(현지시간) AFP·AP·로이터 통신과 관영 베트남

기후변화로 사하라 사막 초원되나?…"21세기말 강수량 75% 는다"

기후변화로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사하라 사막 강수량이 2100년에는 2배에 달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일리노이 시카고대학(UIC) 연구팀이 21세

"NDC 60%는 실현 가능...50~53%는 탄소중립과 불일치"

정부가 제시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가운데 60% 감축안만이 2050년 탄소중립과 정합하며 실현 가능한 경로라는 분석이 나왔다.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중국 에너지 전환 속도내지만..탄소배출 정점 더 늦어져

중국의 탄소배출 정점이 당초 예상했던 2030년 이전보다 늦은 2030년대 초반에 찍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6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국제 에너지&

HSBC, 석유·가스 감축 '속도조절'…'2050 탄소중립' 그대로

HSBC가 석유·가스 등 고배출 산업에 대한 2030년 감축 목표를 완화하고,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장기 목표만 유지하기로 했다.6일(현지시간) HSBC는 공

기후위기 속 맥주의 생존법… 칼스버그 ‘열에도 강한 보리 유전자’ 발견

덴마크 맥주기업 칼스버그(Carlsberg)가 기후변화에도 견디는 '내열(耐熱) 보리 유전자'를 발견했다.6일(현지시간) 칼스버그연구소는 "보리 유전체에서 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