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3 16: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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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솔루션이 주최한 일상화된 재해, 보험 산업의 기후위험과 책임 세미나 ⓒnewstree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일상화된 재해, 보험 산업의 기후위험과 책임' 세미나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보험산업'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국내에서 호우와 태풍, 폭염, 대설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명피해는 2022년 64명에서 2023년 2배가 늘어난 140명으로 늘었고, 피해액은 2022년 5926억원에서 2023년 9582억원으로 늘어날만큼 해마다 기후재해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재난 피해와 복구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형태의 보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보험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발전을 지원하는 날씨보험, 재난 예방 조치에 따른 보험료 인센티브, 지수형 보험 등 새로운 상품 개발과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수형 보험'이란 기존 손해보험과 달리 계약한 일정지수가 초과·미달되는 상황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지수형 날씨보험은 날씨 변화가 일정한 기준치를 초과·미달하는 경우에 별도 손해사정 없이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의 리스크를 보완해줄 수 있다.

박남영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ESG금융실 실장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보험의 역할'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보험감독당국과 보험사는 기후 관련 위험을 관리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저탄소 기술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경제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며 "탈석탄 선언과 이행 로드맵, 재생에너지 투자 실적, 글로벌 기후 이니셔티브 참여 현황 등을 평가지표로 삼아, 기후투자에 적극적인 보험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실장은 기후위기 적응과 완화에 있어서 보험사의 역할이 주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규모 자본이 쓰이는 프로젝트에는 보험사 참여가 필수이기 때문에 보험사 지원이 여러 사업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호주 아다니(Adani) 석탄광 개발과 미국 북극 석유·가스 개발이 글로벌 보험사의 인수 거부로 지연되다가 사실상 좌초됐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국내 10대 손해보험사의 화석연료 보험 규모는 182조7000억원으로 재생에너지 보험의 7배에 달했다. 화석연료 보험규모는 1년 사이에 42조9000억원(30.7%)이 늘어난 반면 신재생에너지 보험규모는 3조9000억원(18.8%)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석탄 분야의 보험규모는 1년 사이에 무려 82.3% 늘었다. 이는 글로벌 보험사들이 석탄보험을 기피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박 실장은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여전히 화석연료 보험 지원과 투자에 연연하고 있는 반면에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북극·타르샌드 등 고위험 화석연료 프로젝트를 배제하고 있다"며 "현재 OECD·유럽 기준 2030년, 글로벌 기준 2040년까지 석탄의 단계적 폐지를 목표로 하면서 전환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대건 한국은행 기후리스크관리팀장은 "기후위기 대응은 금융안정과 직결되는 과제"라며 "국내 보험사들은 기후리스크로 인한 보유 자산 가격하락 및 보험지급액 증가 등으로 지급여력이 꺾이며 지속가능성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7개 대형 보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후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2100년에는 지급여력비율이 생명보험사는 17.3%포인트(p), 손해보험사는 43.9%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팀장은 "국내 보험사들이 지급여력 압박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리스크를 리스크 관리체계에 반영하고 있는 건 일부 대형사에 그치고 있다"며 "보험사들이 물리적 위험뿐 아니라 전환 위험까지 아우르는 기후리스크 관리역량을 높이고, 국제기준에 맞춘 공시와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채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선임전문위원은 보험사 입장에서 기후위험 대응을 위한 노력과 한계점을 설명하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보험사가 기후위험 대응 과정에서 기후위험 산정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현재 평가 기준은 은행업 중심의 신용리스크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보험업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기업의 환경정보를 공시하는 플랫폼이 분산돼있어 이를 확인하고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후위험 대응을 위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수형 보험 개발에도 여러 어려움이 있다. 조 위원은 "손해보험의 핵심 원칙인 실손 보상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며 "또 피해 보상 트리거(조건)의 기준이 없어 각 보험사별로 조건이 상이하게 되면 소비자 혼란과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위기 심화는 보험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민간 보험사의 자발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보험사들이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축임에도, 여전히 화석연료 중심의 투자·인수 행태를 고수해 소비자 피해를 키운다"며 "소비자들은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보험사는 미온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산업은 단순히 위험을 분산하는 역할에서 나아가, 위험을 줄이고 미래를 지키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병식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본부장은 "농업, 축산, 수산업에 걸쳐 기후위기로 재해보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며 "보험산업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감독당국과 업계가 함께 기후리스크 평가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뭄·폭염에 의한 농작물재해 사고접수는 2023년 6만6000건에서 2024년 19만8000건으로 3배가 증가했고, 가축재해 피해액은 올 7월 기준 177억원으로 1년 사이에 4.3배 증가했다.

이 본부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기후 현상으로 무너진 재해 예측 신뢰도를 회복시키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인공지능 기반 솔루션, 머신러닝 알고리즘, 대재해 모델링 프로그램을 통해 기후위험 분석 및 예측 역량을 제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험은 재해 복구를 위한 후속적 조치인 만큼 재해 예방과 관련된 선제적 조치와 연계될 때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시대에 보험산업이 단순한 재난 피해 복구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며,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산업구조 전환에 기여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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