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 폐막 하루전 나온 '플라스틱 협약' 초안..."항복문서냐?" 날선 비판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4 10:57:08
  • -
  • +
  • 인쇄
서문과 원칙에 생애주기 관리만 전제
플라스틱 생산감축 목표 초안에 없어
▲13일(현지시간) 유엔 정부간협상위원회(INC-5.2) 본회의장 (사진=IISD)(사진=제네바 환경 네트워크 SNS)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정부간협상위원회(INC-5.2) 폐막을 하루 앞둔 13일(현지시간) '의장 제안 초안(Chair's Draft Proposal)'이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 초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 의장은 "임무를 완수할 시간이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지만, 내일까지 결론을 내기엔 속도가 부족하다"며 지난 11일 이뤄진 비공식 논의를 반영해 의장 초안을 배포했다.

의장 초안은 플라스틱 오염 저감·순환경제 촉진·국제협력 부문에서 포괄적 틀을 제시하고 있다. 플라스틱의 전 생애주기 관리를 기반으로 생산·설계·사용·폐기·정화 규율이 담긴 점이 특징이다. 또 국제적 재정과 기술, 역량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정의로운 전환 및 사회적 약자 보호를 명시했으며, COP와 보조기구를 통해 지속적인 검토·평가·개정 구조를 확보할 것을 담았다.

하지만 플라스틱 생산량 자체를 감축한다는 문구는 명시되지 않았다. 서문과 원칙에서 생애주기 관리를 전제하고 있지만, 플라스틱 설계 개선 및 대안의 촉진, 특정 제품군의 제조·수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절차·근거만 두었을 뿐 총 생산량 감축 목표는 부재하다. 플라스틱 생산·소비 구조를 바꾸는 조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전반적인 의무 표현도 'shall/should'로 에둘러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국가는 초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초안이 심각하게 부실하다"고 혹평했다. 특히 범위(scope)와 지속가능한 생산 관련 조항, 구속력 있는 목표가 부재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날 회의장 분위기도 "혐오스럽다", "모욕적이다", "항복 문서"라는 날선 비판이 나오는 등 상당히 격앙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진국과 환경취약국은 생산 부문 규제가 부재하고 구속력 및 과학적 근거 반영이 미약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명하고 포괄적인 협의 아래 구속력 있는 목표를 갖춰 새 초안을 작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칠레는 "플라스틱 위기 규모에 비해 대응 수단이 부족하다"고 비판했고 EU도 초안의 구속력과 구체성이 부족함을 꼬집었다. 필리핀과 브라질은 폐기물 관리 외에는 실질적인 의무가 없다는 점과 건강 부문 조항이 빠진 점을 문제삼았다. 파나마는 "회의의 목적은 조약 체결이 아니라 플라스틱 생산 규제"라고 강조했다.

콜롬비아와 프랑스는 120개국이 제안한 COP 의사결정 절차가 누락됐다고 지적했으며 케냐도 COP·사무국 관련 조항을 복원할 것을 요구했다. 쿠바는 보상기금과 국제협력을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말레이시아는 포용성과 균형이 부족하다고 보았고 캐나다와 노르웨이는 원주민 언급을 삭제한 점에 실망을 드러냈다. 나이지리아와 우간다, 방글라데시는 전 생애주기와 건강, 화학물질 관련 조항과 더불어 저·중소득국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데에 불만을 품었다.

중국, 쿠웨이트, 인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개발도상국은 CBDR(공동의 그러나 차별적 책임) 원칙 반영, 재정·기술 지원 명확화, '재정여력 있는 개발도상국' 분류 삭제를 요구했다. 협약 이행 과정에서 개도국에 부담이 쏠릴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도와 중국은 초안이 불완전하지만 출발점으로 수용은 가능하다며 비교적 온건한 자세를 취했다.

미국은 초안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새로운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절차·작업방식에서도 논쟁이 첨예하다. 바야스 INC 의장은 지역그룹 중심으로 협의 후 초안을 개정할 것을 제안했지만 포괄성·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본회의 내 초안 개정 논의 여부에 대해서도 멕시코는 찬성하고 이집트는 반대하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렇듯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점점 더 요원해지고 있으나, 일부 국가들은 여전히 성과를 낼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한 대표단 관계자는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는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INC-5.2는 오는 14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마지막 담판을 벌인다. 이날 초안도 대표단장 회의와 비공식 협의를 통해 개정될 예정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美투자 압박하면서 취업비자는 '외면'..."해결책 없으면 상황 반복"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의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체포·구금 사태는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미

기후/환경

+

해양온난화 지속되면..."2100년쯤 플랑크톤 절반으로 감소"

해양온난화가 지속되면 2100년쯤 바다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 역할을 하는 남조류 '프로클로로코쿠스'(Prochlorococcus)의 양이 절반

곧 물 바닥나는데 도암댐 물공급 주저하는 강릉시...왜?

강릉시가 최악의 가뭄으로 물이 바닥날 지경에 놓였는데도 3000만톤의 물을 담고 있는 평창의 도암댐 사용을 주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9일 강릉 오봉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낙뢰로 인한 산불 증가"...기후위기의 연쇄작용 경고

기후위기가 낙뢰로 인한 산불을 더욱 빈번하게 발생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머세드 캠퍼스 시에라 네바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