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4 11:42:19
  • -
  • +
  • 인쇄
▲에어로졸 시뮬레이션 연간 추세 지도(사진=GIST)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에너지공학과 윤진호 교수가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전지구 지구시스템모델(CESM2) 분석을 통해 인간활동으로 발생한 에어로졸이 북태평양고기압을 강화시키고, 이로 인해 북극쪽으로 열수송이 증가함으로써 결국 북극 축치해(Chukchi Sea)의 해빙 손실이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에어로졸은 미세먼지나 연기, 안개 등 공기 중에 떠있는 미세한 고체 또는 액체 입자를 뜻한다. 기존에는 인간활동으로 발생한 미세먼지나 황산염 등 에어로졸이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시키는 '냉각효과'를 지니고 있어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에어로졸이 대기순환을 통해 보다 많은 양의 열을 북쪽으로 나르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북극 해빙이 지구 전체의 온난화 진행 속도보다 4배 더 빠른 속도로 온난화 영향을 받는 것을 두고 다른 요인이 있는지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1980~2020년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구름씨 역할을 하며 작은 구름을 만들기를 반복하면서 북태평양 상공 고기압 세력을 강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남풍 계열의 바람이 강화되어 따뜻한 바닷물이 북극으로 더 많이 유입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북극 서쪽의 축치해 해수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다른 곳보다 해빙이 더 빠르게 녹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연구팀은 △온실가스(GHG)만 있는 경우 △에어로졸만 있는 경우 △온실가스와 에어로졸이 함께 있는 경우 등 세 가지 시나리오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만 있을 때보다 에어로졸과 함께 작용할 때 북극 해빙 손실이 훨씬 가속화됐으며, 이는 에어로졸이 온실가스의 온난화 효과를 상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순한 합 이상의 '복합효과(compound effect)'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에어로졸에 의해 유도된 북태평양고기압은 남풍 계열의 바람을 강화시켜 베링 해협을 통한 열의 북상을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축치해 해빙 감소가 더욱 가속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온실가스로 인해 따뜻해진 해양 환경에서 에어로졸이 유발하는 대기 순환 변화가 더 많은 열을 북극으로 수송하게 되어 온실가스 단독으로 작용할 때보다 해빙 손실이 더욱 가속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실가스만 고려한 모델보다 온실가스와 에어로졸을 함께 반영한 모델이 북극 해빙 변화의 실제 양상을 더 정확하게 예측했다. 특히 서부 축치해 지역에서는 예측 정확도가 4.4% 더 높았고, 전체적인 해빙 변화의 절반 이상(약 52%)을 설명할 수 있어, 온실가스만 반영했을 때보다 훨씬 현실에 가까운 결과를 보여줬다.

연구팀은 그동안 '냉각물질'로만 여겨졌던 에어로졸이 해빙 손실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대기 오염과 북극 기후변화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후모델링에는 에어로졸-대기순환-열수송 간의 복합작용이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윤진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간활동이 직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도 북극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향후 기후모델링과 국제 환경정책 수립에 에어로졸의 간접효과까지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온실가스 위주로만 기후변화를 설명해 왔지만, 앞으로는 에어로졸의 복합적인 영향까지 고려한 예측 모델과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상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어스 앤드 인바이러먼트'에 7월 25일자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