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그리스·베트남까지...가을인데 지구촌 끊이지 않는 '물난리'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10-04 11:26:25
  • -
  • +
  • 인쇄
3시간에 한달치 내린 뉴욕 학교 150여곳 침수
그리스 폭풍 연달아 덮쳐 가축 18만마리 폐사
▲지난 29일(현지시간) 밤새 내린 폭우로 물에 잠긴 뉴욕 맨해튼 FDR 고속도로 (사진=AFP 연합뉴스)


미국 뉴욕에서 100년만의 폭우로 4차선 도로가 물에 잠기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폭우로 불어난 물에 8명이 감전사하는 등 10월에 접어들었는데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물난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홍수 피해가 '뉴노멀'이 되고 있다.

뉴욕 일부지역에서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달치 강수량이 3시간만에 쏟아지면서 곳곳에 홍수피해가 잇따랐다. 라과디아 공항으로 이어지는 편도 4차선 도로는 배수구에서 터져나온 물이 일대를 가득 메웠다. 공항 일부도 폭우의 영향으로 임시 폐쇄됐고, 맨해튼과 브롱크스를 연결하는 할렘라인과 허드슨라인 등도 운행이 중단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욕에서) 100년이 넘도록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는 9월은 본 적이 없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작은 폭풍이 더 무섭게,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루클린에는 3시간만에 한달치 강우량이 쏟아졌다. 최소 150여개 학교가 침수 피해를 겪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이날 내린 폭우가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뉴욕시와 롱아일랜드, 허드슨밸리 등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우리는 이것(폭우)이 기후변화의 결과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불행하게도 이를 '뉴 노멀'(새로운 표준)로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폭풍 '다니엘'로 17명이 사망했던 그리스는 불과 3주만에 폭풍 '엘리아스'가 중부지역에 강타하면서 또다시 홍수가 났다. 엘리아스가 몰고 온 폭우로 중부 항구 도시 볼로스는 도로와 주택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차들은 급류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갔다.

일부 지역에는 24시간동안 그리스 연간 강수량을 웃도는 600∼800㎜의 비가 내렸다. 그리스 소방청은 전날 볼로스 지역에 야간 통금령을 선포한 데 이어 밤새 불어난 물에 고립된 시민 250명 이상을 구조했다. 이번 홍수로 볼로스 지역 대부분에 전력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레페테리스 아브게나키스 그리스 농업부 장관은 전날 축사 침수 탓에 18만마리가 넘는 가축과 가금류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아브게나키스 장관은 진입로가 차단돼 아직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축사가 여전히 많아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우려했다. 목화, 옥수수, 밀, 사과, 키위 등 농작물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9일(현지시간) 그리스 볼로스의 아그리아 지역에서 폭풍 '엘리아스'가 휩쓸고 지나간 후 물 속에 가라앉은 자동차 (사진=EPA 연합뉴스)


북미와 유럽뿐 아니라 아프리카, 아시아에서도 폭우로 인한 홍수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서남부의 웨스턴케이프주에서 집중호우로 최소 15명이 숨졌다고 현지 eNCA 방송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웨스턴케이프주 재난 당국에 따르면 4명은 불어난 물에 빠져 익사하고, 8명은 감전사했으며, 3명은 빗길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케이프타운이 주도인 웨스턴케이프주에서는 최근 며칠간 폭우가 이어지면서 이날 오후 현재 채프먼스 피크 드라이브를 포함해 84개 도로가 폐쇄됐다. 케이프타운에서만 건물, 주택 등 1500개의 구조물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일 베트남 중북부에서 폭우로 산사태와 홍수가 잇따라 10여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말 꽝찌, 꽝빈, 하띤, 응에안, 타인호아 등 중부와 북부 지방성에서 폭우가 계속되면서 산사태와 홍수가 일어나 9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이밖에도 10명이 다치고 농경지 4만4000헥타르(ha)가 침수됐다. 재난당국은 조만간 태풍이 베트남에 영향을 미쳐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폭우로 물에 잠긴 응에안성의 한 마을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예상치 못한 기록적 폭우는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돌발홍수'(flash flood) 전문가 앤드루 크루츠키에비츠는 "온도가 올라갈수록 대기는 더 많은 습기를 머금게 된다"며 "기후변화가 더욱 불길하고 긴 폭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상청(NWS) 예보팀을 이끄는 그렉 카빈은 기온 상승으로 "미 북동부 겨울폭풍 '노리스터'(nor'easter)와 같은 저기압 시스템은 더 많은 양의 수증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더 따뜻해진 대서양과 더 따뜻해진 공기가 결합해 대기가 보다 많은 비를 만들어낼 조건을 갖춘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코오롱 사장단 임원인사...40대 신규임원 대거 발탁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에 코오롱ENP 김영범 사장을 내정하는 등 코오롱그룹이 24일 올해 정기인사를 일찌감치 단행했다.신임 김영범 코오롱글로벌 대

기후적응 신품종 개발한 CJ제일제당 '기후변화 그랜드리더스' 수상

기후대응 신품종을 개발한 CJ제일제당이 '기후변화 그랜드리더스어워드'를 수상했다. CJ제일제당은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가 주관하는 '제15회 기후변

러쉬, 해양플라스틱 재활용 용기 도입...글로벌 뷰티업계 최초

프레쉬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가 글로벌 뷰티업계 최초로 '오션 플라스틱 방지 인증(Prevented Ocean Plastic™, 이하 POP)' 용기 비중을 늘

해킹 피해 안당했다더니...LG유플러스 서버도 뚫렸다

LG유플러스도 서버가 해킹 당한 정황을 사이버 보안당국에 신고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이통3사가 모두 사이버침해를 당했다.23일 연합뉴스는 LG유플러스

LG CNS, 난민 돕는다...유엔난민기구에 AI법률지원 서비스 기부

AX전문기업 LG CNS가 유엔난민기구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난민 법률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이를 기부한다고 23일 밝혔다. AI 기술을 통해 법률서비

대한항공, 캐나다 2대 항공사 웨스트젯 지분 10% 확보 완료

대한항공이 캐나다의 2대 항공사인 웨스트젯의 지분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대한항공은 캐나다 웨스트젯의 지배회사인 '케스트렐 탑코'(Kestrel Topco) 및

기후/환경

+

'슈퍼태풍' 배후는 석유기업?..."소송으로 기후책임 묻는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기후변화를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소송을 당하거나 패소하는 등의 사회적 책임이 가해지고 있다. 필리핀의 슈퍼태풍에서 살

막가는 트럼프 행정부...북극곰 서식지에 석유시추 승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알래스카 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ANWR) 전역에 석유·가스 시추를 할 수 있도록 승인해 빈축을 사고 있다.23일(현지시

美플로리다 산호...유례없는 해양 열파에 사실상 '멸종단계'

미국 플로리다의 산호초가 기후변화로 사실상 멸종단계에 이르렀다.24일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시카고의 셰드수족관 연구팀은 플로리다주 해안에 서

기후재난 절반이상 발생하는 아시아...기후 대응정책 '시험대'

폭염·가뭄·홍수 등 기후재난이 잇따르자 아시아 각국이 적응 중심 대응에 나섰다.22일(현지시간) 뉴질랜드의 아시아미디어센터(Asia Media Centre

끝나지 않은 더위에 日 농업 직격탄…벼·과일·채소 수확량 급감

일본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면서 벼와 과일, 채소의 생산량과 품질이 급감하고 있다. 쌀값이 2배 이상 치솟았던 일본에서 기후변화로 농산물

기후적응 신품종 개발한 CJ제일제당 '기후변화 그랜드리더스' 수상

기후대응 신품종을 개발한 CJ제일제당이 '기후변화 그랜드리더스어워드'를 수상했다. CJ제일제당은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가 주관하는 '제15회 기후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