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사슬 붕괴, 곤충 매개 질병 확대 우려
주변온도가 체온으로 직결되는 양서류 생물종 가운데 40%가량이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먹이사슬에 '적신호'가 켜졌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종보존위원회(SSC) 양서류전문가그룹(ASG) 소속 제니퍼 룻키 연구원 주도 국제연구팀은 전세계 양서류 8000여종 가운데 2873종이 기후위기에 따른 서식지 파괴, 질병 등으로 멸종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 2004년 IUCN은 '제1차 세계 양서류 평가'를 진행한 바 있다. 연구팀은 1차 평가에 포함되지 않았던 양서류 2286종을 추가했다. 새로운 정보를 반영해 분석을 진행한 결과, 멸종위기에 처한 양서류는 1980년 37.9%, 2004년 39.4%에 이어 현재는 40.7%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IUCN 적색목록 '위급'(Critically Endangered), '위기'(Endangered), '취약'(Vulnerable) 3단계에 등재된 종들이다. 같은 방식으로 척추동물들을 살펴보면 포유류는 26.5%, 파충류는 21.4%, 조류는 12.9%로 양서류가 가장 큰 위기에 처해있다.
양서류의 매끈한 피부는 비늘, 털, 깃털 등으로 보호받지 못해 체온이나 습도 조절이 어렵다.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외부 환경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 최근 기후위기로 기온이 급변하거나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2022년까지 총 37종의 멸종이 확인됐다.
연구에 따르면 2004년 이래 양서류의 상태를 악화시킨 주요 요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됐다. 2022년까지 개체가 감소한 양서류 종의 39%가 기후변화 영향을 받았고, 서식지 파괴로 37%가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양서류는 질병에도 더 취약해지고 있다. 특히 포자로 피부를 덮어 양서류의 호흡을 차단시키는 항아리곰팡이병은 치사율이 90%에 달하고, 200종 이상의 개구리가 멸종위기에 처해 '질병으로 인한 최악의 생물다양성 손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양서류 중에서도 도롱뇽의 경우 5종 중 3종꼴로 멸종위험이 가장 컸다. 도롱뇽 종은 대개 제한된 구역에서 서식하는 경우가 많아 서식지 파괴에 특히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히코리넛 협곡 녹색 도롱뇽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블루리지 산맥에서도 23km가 채 안 되는 계곡 주변에서만 서식한다.
양서류가 멸종하면 양서류를 먹이로 삼는 물고기, 조류, 포유류들의 개체수도 줄어들면서 생태계에 큰 교란이 일어난다. 반면 양서류들이 먹이로 삼는 장구벌레와 모기 등 곤충들은 증식해 말라리아와 같은 곤충 매개 질병이 늘어 인간에게도 직접적인 위해가 될 수 있다.
연구논문의 공동저자 켈시 니엄 연구원은 "조류나 포유류와 같이 잘 알려진 생물종에 비해 양서류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먹이사슬에서 결정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양서류가 무너져내린다면 결과는 재앙적일 것"이라며 양서류 보호와 회복을 위한 투자와 정책적 대응 확대를 촉구했다.
이 연구논문은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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