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한반도를 수직 관통한 제6호 태풍 '카눈'은 남해안과 동해안에 큰 피해를 남기고 발생한지 보름만에 11일 오전 6시 평양 남동쪽 80km 지점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 카눈은 남해안에 강풍 피해를 남겼고, 동해안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11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속초의 누적 강수량은 402.8㎜에 달했다. 10일 오후 한때 시간당 강수량이 91.3㎜까지 쏟아졌다. 삼척 궁촌은 387㎜, 강릉 346.9㎜, 고성 대진 341.5㎜, 양양 하조대 305㎜, 동해 264㎜ 등 동해안에 기록적인 폭우를 뿌렸다.
고성군에서는 주택 37채가 침수됐고, 속초에서는 44채가 침수됐다. 양양에서도 10채가 침수되는 물에 잠긴 주택이 많았다. 상가와 도로, 주차장 침수도 잇따랐다. 이 지역에 10일 하루 접수된 피해 사례만 360건이 넘었다.
신고의 절반 이상이 강릉, 속초, 고성에 집중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주택과 도로 곳곳이 물바다로 변해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동해안 6개 시군 주민 837명이 학교나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10일 오후 3시43분께 고성 거진읍에서는 주택에 고립된 70대 러시아 여성이 구조됐고, 간성읍에서는 쓰러진 나무에 집에 고립된 주민 1명이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외에도 지붕과 창문이 파손됐거나 담벼락 붕괴 등의 신고가 잇따랐다.
도로 침수 피해가 특히 컸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미처 물이 빠지지 못한 도로들은 거의 잠겨버렸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10일 오후 한때 도로 57곳이 전면 또는 부분 통제됐다. 속초와 고성, 강릉 시내, 해안도로 곳곳에서는 빗물이 높게는 성인 남성의 허벅지만큼 차오르는 등 물바다로 변했다. 영월에서는 차량 침수로 탑승자 2명이 고립됐다가 40여분만에 구조되는 일도 있었다. 현재는 차츰 통행이 재개되고 있다.
동해안 유독 많은 비가 쏟아진 원인은 카눈의 이동방향과 지형적 특성이 꼽힌다. 강원도는 태풍의 위험구역인 오른쪽 '위험반원'에 속했다.
강원지방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남서쪽에서 북상하는 경우, 영동은 강한 동풍에 의해 비구름이 유입되고, 고온의 수증기가 추가로 공급된다"며 "영동은 태백산맥이라는 높은 지형을 끼고 있어, 공기가 강제적으로 상승하는 효과에 의해 추가적인 강한 비구름이 발생하거나 강화하는 경향이 있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비와 바람의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속초엔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록상 전날 오후 2시5분부터 오후 3시5분까지 1시간에 91.3㎜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11일 오전까지 강원 중·북부 내륙을 중심으로 5∼40㎜의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영동 중북부에 50∼150㎜의 비가 내리고, 많은 곳은 250㎜ 이상, 영동 남부에는 10∼50㎜, 영서에는 50∼100㎜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카눈'이 직접 상륙했던 남해안의 피해도 적지않았다. 지난 10일 오전 9시20분 카눈은 중심기압 975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 32㎧(시속 115㎞)를 유지한 채 통영 인근에 상륙하면서 일대에 크고 작은 비바람 피해를 입혔다.
부산은 전날 0시부터 9일 오전 10시까지 200mm 이상의 비가 내렸다. 가만히 서 있기가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도 불고 있다. 피해신고도 10일에만 100건이 넘었다. 중구 한 도로에서는 성인 남성 허리 굵기의 가로수가 뿌리째 뽑히는 등 해안도로 침수, 가로수와 중앙분리대 파손 등 피해가 속출했다.
부산은 초속 30m가 넘는 바람에 간판이 떨어지고 가로수가 뽑히기도 했다. 거제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벽돌이 떨어져 주차돼 있던 차량 다수가 파손됐고, 창원에서는 폭우로 인한 수압에 맨홀뚜껑이 정차돼 있던 버스 바닥을 뚫고 솟구치는 사고도 있었다. 구미에서는 400년 된 천연기념물 반송 일부가 쓰러졌고, 대구에서는 하천이 범람해 일대가 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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