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 최소발전용량 낮춰야"...재생에너지 확대에 '걸림돌'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8-06 10:01:57
  • -
  • +
  • 인쇄
(사진=기후솔루션)

국내 화력발전소의 최소발전용량이 과도하게 높게 설정돼 있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이 6일 발간한 이슈브리프 '재생에너지 고속도로의 과속방지턱: 화력발전기 최소발전용량'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선 화력발전소 최소발전용량을 국제적인 권고수준인 30~40%까지 낮추고 전력망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소발전용량은 화력발전소가 설비손상 방지와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유지해야 한다고 설정한 최소출력 기준이다. 출력이 너무 적으면 설비가 마모, 손상되고 연료가 충분히 타지 못하면서 불완전연소로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발전기가 가동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해놓은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설정해놓은 이 최소발전용량이 지나치게 높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국내 화력발전소들은 최대출력의 절반 이상을 최소출력용량으로 보장받고 있다. 한전의 발전자회사가 보유한 가스 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은 평균 48%로 설정돼 있고, 석탄 발전기는 60%, 일부 설비는 무려 73%까지 최소발전용량으로 설정돼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전력망에서는 화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 사용하고, 나머지 여유만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으로 채운다. 이 때문에 화력발전기가 최소출력으로 전력수요가 충족되면 잉여전력을 만들기 않기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기를 강제로 꺼야 하는 '출력제어'가 발생하고 있다. 급기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출력제어 최소화를 위한 '계통포화대책'을 시행해 신규 재생에너지 접속을 원천 차단했다.

최소발전용량 설정 기준과 근거도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북미 서부 전력계통을 기반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화력발전소 출력이 낮아져도 실제 오염물질 총 배출량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또 최신 발전설비는 더 낮은 부하에서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저출력 운전시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높아지거나 설비손상 위험이 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해외에서는 화력발전의 최소발전용량을 과감하게 낮추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신규 화력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을 기존 50%에서 30%로 조정했고, 인도는 70%에서 55%로 낮춘 뒤 40% 달성을 목표로 로드맵을 마련했다. 중국은 2015년부터 설비 개조와 보상체계로 60~70%에서 30~40%로 낮추고, 출력제어율을 2016년 20%에서 2022년 2~3% 이하로 크게 줄였다.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19.8%로 비교적 높은 제주 계통에서 올 8월 일부 화력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 이하인 24~58%까지 운전을 허용하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다만 육지 계통에는 적용되지 않아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와 신규 설비 접속 제한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기후솔루션)

기후솔루션은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화력발전소 최소발전용량을 국제권고 수준인 30~40%로 일괄 하향 조정하고, 기술적 특성을 고려해 더 낮은 수준에서 운전하도록 유인체계를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또 발전기별 최소발전용량 산정과 검증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 과도한 하한 설정을 방지하고, 출력제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등 유연성 자원의 도입을 가속화해 재생에너지 계통 연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 저자인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주다윤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송전망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새로운 인프라 투자에 앞서 기존 화력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을 낮추는 것이 가장 빠르고 비용 효율적인 해결책"이라며 "과도하게 높은 최소발전용량을 조정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국이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그룹, 국내 김 전문기업 '성경식품' 100% 인수

삼천리그룹이 국내 대표 김 전문기업인 '성경식품'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지도표 성경김'으로도 널리 알려

쿠팡 "자체조사 아니다...정부 지시 따른 공조 수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셀프조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쿠팡이 "자체조사 아니다"면서 "정부 지시에 따른 공조수사였다"고 반박했다.쿠팡은 26일 입장

"니들이 왜 조사해?"…쿠팡 '셀프조사'에 시민 반응 '싸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외부로 정보가 전송된 정황이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26일 온라인 커

쿠팡 '셀프조사' 발표에 뿔난 정부...제재강도 더 세지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유출정보가 외부로 전송된 정황은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정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한 쿠

기부하면 금리 'UP'...하나은행 '행운기부런 적금' 한정판매

하나은행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ESG 특화 금융상품 '행운기부런 적금'을 출시했다고 26일 밝혔다.이 적금은 하나은행과 한국맥도날드의 생활금융

현대차·기아, 탄소감축 목표 SBTi 승인...英 전기차 보조금 요건충족

현대차·기아는 지난 4일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단계로서의 온실가스 배출감축 계획에 대한

기후/환경

+

'극과극' 美 날씨...동부는 '눈폭탄' 서부는 '물폭탄'

미국 동부는 폭설, 서부는 폭우에 몸살을 앓고 있다.뉴욕을 비롯한 미국 동북부는 26일~27일(현지시간)까지 폭설에 뒤덮였다. 뉴욕주 산간도시인 피니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772개 기업에 23.6억톤 할당

내년부터 2030년까지 거래할 수 있는 23억6229만톤의 '온실가스 배출권'이 국내 772개 기업에 할당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1월 11일 국무회의 의결

[아듀! 2025] 폭우와 가뭄 '동시에'...데이터로 본 '올해 한반도 기후'

을사년인 2025년은 지구촌 곳곳에서 기록적인 고온과 한파, 국지적 폭우와 가뭄이 반복되며 기후변동성이 한층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 한해였다.지구 평

"탈탄소화 빨라졌다"…올해 에너지전환 투자규모 2.2조달러

올해 전세계 에너지전환 투자규모가 약 2조2000억달러(약 3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막대한 자금이 청정에너지로 투자되면서 전세계 탈탄소화

전자칠판부터 프라이팬까지...친환경 표시제품에 10종 추가

친환경 표시제품에 전자칠판과 프라이팬, 헤어드라이어 등 일상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10개 제품군이 추가됐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

2년만에 닥친 '대기의 강'...美캘리포니아 이틀간 '물폭탄'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가 '대기의 강' 현상으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날 내린 폭우로 일부 지역에 돌발홍수가 발생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