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과 아마존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근 급증하면서, 이들이 공언해온 '넷제로' 목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정책 분석기관 뉴클라이밋연구소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대형 IT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해 급증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기업들의 약속은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해당 보고서를 보면 구글은 작년 한 해 동안 온실가스 배출이 전년 대비 11% 증가했고, 아마존은 6% 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폭 감소했지만 2021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10% 높은 수준이다.
AI 기반 서비스 확산과 이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장 추세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뉴클라이밋연구소의 실케 물디이크 연구원은 "이들 기업의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불과 2년 전만 해도 대부분이 목표 궤도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상승세는 더욱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AI 서비스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을 전제로 한다. 현재 미국 전력 사용량의 4~5%를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며, 이 비중은 2028년까지 최대 12%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액도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각각 약 11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고, 메타도 약 100조원을 올해 지출할 예정이다. AI 투자 확대가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영향을 줄 정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전력 수요 증가 속도에 비해 재생에너지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은 데이터센터를 위한 재생에너지 구매"라고 밝혔지만, 실질 수요 증가가 더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 기업은 원자력 발전 투자로 대응에 나섰지만, 단기간 내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물디이크 연구원은 "몇몇 기업이 재생에너지 구매계약 체결을 늦추고, 일부는 가스발전소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일부 연구진은 효율 개선을 통한 대응 가능성을 제시했다. MIT 링컨연구소의 비제이 가데팔리 박사는 실험을 통해, AI 서비스 응답 길이를 전력 수급이 열악한 시간대에 짧게 조정했을 때 온실가스 배출을 70%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계란을 얼마나 삶아야하나"라는 질문에 3단락짜리 답변 대신 "10~12분 삶으세요" 한 줄로 줄이는 식이다. 그는 "응답 품질에 큰 저하 없이도 상당한 감축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한 데이터센터 내부 냉방 효율, AI 기반 설비 운용 최적화 등 기술적 절감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가데팔리 박사는 "기존 전력을 보다 책임감 있게 쓰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효율 향상은 경제성과 환경적 이익이 일치하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결국 AI의 전력 수요 폭증을 감안할 때, 효율 개선만으로는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여전히 2030년 또는 2040년 넷제로 달성을 공언하고 있으며, 실효성에 대한 회의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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