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 기후변화 늦추는데도 활용...탄소흡수 높은 식물로 개량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7-15 16:15:38
  • -
  • +
  • 인쇄
美버클리대 IGI, 광합성 효율 향상 위한 연구 진행
GMO우려에 "결국 다른 선택지 남아있지 않을 것"
▲미국 캘리포니아주 벼논에서 토양내 미생물을 분석하는 혁신유전체학연구소(IGI) 연구진 (사진=IGI)


식물의 자연적인 탄소포집 기능을 유전자 조작으로 강화해 기후변화를 늦추려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버클리대학교 혁신유전체학연구소(IGI)가 이같은 연구 프로그램을 발표했다고 14일(현지시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보도했다. IGI는 '크리스퍼'(CRISPR) 기술의 공동개발자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 박사가 설립했다. 크리스퍼 기술은 원하는 유전자를 정확히 찾아내 쉽게 잘라내고 붙일 수 있어 '유전자 가위' 기술로도 불린다.

IGI는 식물 유전학자, 토양학자, 미생물학자들을 한데 모아 향후 3년간 식물의 광합성을 촉진시키고, 이때 생성된 이산화탄소를 토양 속으로 더 많이 가두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연구는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와 프리실라 챈(Priscilla Chan)이 운영하는 챈-저커버그 재단에서 1100만달러(약 146억원)의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다.

연구진은 벼, 수수 등 몇몇 대표작물의 유전자를 편집해 전세계에 심는 것만으로도 매년 10억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흡수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전자 조작 식물의 대규모 식재에 대해 실험실을 벗어났을 때 언제나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윤리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당 연구의 총책임자 브래드 링가이젠(Brand Ringeisen)은 "기후변화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고, 단순히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서 "여기에 크리스퍼 기술이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우린 시도해볼 뿐이다"며 연구를 강행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식물의 광합성은 매우 방어적이고, 비효율적이다. 식물은 엽록체를 통해 햇빛을 받아들이고, 햇빛의 에너지를 활용해 물 분자로부터 전자를 분리해 낸다. 분리된 전자는 이산화탄소에 환원돼 포도당을 형성하고, 식물은 이를 양분 삼아 생장한다. 하지만 식물은 광합성으로 체내의 자원을 과도하게 소모하지 않기 위해 빛의 세기가 일정량을 넘어서면 광합성을 멈춰버린다.

연구진은 이 점에 착안해 광합성의 한계치를 관장하는 식물의 유전자를 조정해 효율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식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늘리려는 목표다. 식물종 가운데 유전자 연구가 가장 많이 진전된 '벼'가 실험 대상으로 선정됐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기술로 수백만개의 개별 벼 세포에 유전자 편집을 가하고, 그 가운데 광합성에 특화된 돌연변이 세포를 선별해 실제 식물로 길러낼 예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전자 조작 벼는 기존 벼에 비해 30%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전망이다.

▲식물유전체변이 시설에서 유전자가 편집된 농작물의 묘종을 살펴보는 실험실 관리인 제시 존스(Jesse Jones) (사진=IGI)


이밖에도 연구진은 식물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땅속 깊은 곳으로 내려보내 대기중으로 누출되는 양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 뿌리를 갖춘 벼 품종에 대한 연구도 병행한다. 또 뿌리를 통해 다량의 '삼출물'을 분비하는 돌연변이들도 검출할 예정이다. 식물의 뿌리는 광합성으로 고정한 탄소성분의 5~21%를 '삼출물'이라는 점액질 상태의 성분으로 배출한다. 이는 이산화탄소를 분해하는 토양내 미생물 활동을 촉진시켜 추가적인 탄소포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삼출물이 미생물 활동을 촉진시키면서 정확히 토양 내에서 어떤 작용이 이뤄지는지 명확히 밝혀내기가 어렵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실험실 조건이 아닌 실제 환경에 대입해보면 실제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격리되는지 수치화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토양 내에는 다양한 층위의 미생물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이산화탄소를 분해하는 미생물과 배출하는 미생물이 산재해있다.

벼 품종의 연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IGI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주식인 '수수'로 연구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10년내 농민들이 실제 작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탄소포집기능 뿐 아니라 수확량 및 토양 비옥도를 함께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IGI 대외협력 책임자 멜린다 클레이그만(Melinda Kleigman)은 "신기술에 대한 반감으로 유전자변형작물(GMO)이 받아들여지기 힘들 수 있겠지만, 이대로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선택지를 고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를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

'개인정보 유출' 쿠팡 수천억 과징금 맞나...SKT 사례보니

쿠팡이 3370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생겼다.2023년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법 위

기후/환경

+

올해 모기 개체수 28%나 줄었다...이유는?

올해 우리나라 모기 개체수가 지난해에 비해 28%나 줄었다. 원인은 모기도 견디기 힘들만큼 폭염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질병관리청은 모기 발생시

동남아 홍수·산사태로 1100여명 희생...원인은 '기후변화·난개발'

우기에 접어든 동남아시아가 역대급 폭우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현재까지 1100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앞으로 희생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2

英, 모잠비크 가스전 11.5억달러 지원 철회...기후위기 위험 때문?

영국이 11억5000만달러, 우리돈 약 1조6876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모잠비크 천연가스 프로젝트 지원금을 철회했다. 1일(현지시간) 피터 카일 영국 기업부

남극 오존층 구멍이 작아지고 있다...6년來 최저 크기

남극 오존층 구멍이 최근 6년 내에 가장 작게 형성됐다.1일(현지시간) 유럽의 지구관측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올해 남극 오존

[날씨] 칼바람에 한반도 '꽁꽁'...3일 체감온도 -12℃로 '뚝'

2일 한반도로 유입된 북서풍의 영향으로 기온이 급속하게 떨어지면서 최강한파가 찾아오겠다.이날 아침 중국 북부에서 확장된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탄소제도 공유하는 국제연합 출범..."각국 운영경험 교류협력 기구"

전세계 규제기반 탄소시장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연합체가 공식 출범했다.1일(현지시간) 미국 E&E뉴스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