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 교수와 이한경 대표가 기조연설
"전세계적으로 직·간접 온실가스 배출뿐 아니라 공급망부터 제품이 폐기(재활용)될 때까지 발생하는 온실가스까지 관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환경이 돼 가고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최근 ESG경영의 키워드는 '스코프3'(Scope3) '정보공시'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인센티브' 등이었다. 26일 서울 강남구의 스튜디오538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제2회 뉴스트리 ESG 커넥트 포럼'에서 ESG 전문가와 선도기업들은 ESG경영의 핵심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2회차를 맞는 이번 행사는 뉴스트리와 엠스토리가 공동주최하고 유니원이 주관했다. 국내 ESG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조신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가 기조연설을 맡았다.
이어 김정빈 수퍼빈 대표, 강세원 SK텔레콤 환경정책팀장, 최영민 SK지오센트릭 경영기획실 팀장이 기업들의 ESG경영 사례를 소개했다. 이밖에 한국수자원공사의 심과학 탄소중립기획처장,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의 최해종 성장사업화팀장이 각각 물분야의 탄소중립과 지자체의 중소기업에 대한 ESG 도입 지원에 대해 발표했다.
◇ 조신 교수 "ESG, 평가·보상과 연계돼야"...이한경 대표 "스코프3 관리 중요"
이날 'ESG경영, 기업의 미래를 바꾼다'는 주제로 첫번째 기조연설을 맡은 조신 교수는 ESG투자에 대해 결국 수익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ESG는 자기 이익을 챙기는 똑똑한 투자자와 기업의 만남"이라며 "장기적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투자자들에게서 시작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과가 좋은 기업일수록 ESG가 주요 기업문화로 자리잡았다"고 말하는 조 교수는 "ESG 경영목표가 기업의 목표, 미션·비전, 전략 및 비즈니스 활동과 통합될 때 성과가 난다"고 했다. 따라서 ESG 활동이 전사적인 KPI에 반영돼 평가와 보상 체계로 연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ESG는 자산보유자와 기업경영자의 인센티브와 합치되면서 선순환 구조를 이룰 필요가 있다.
또 조 교수는 "제일 중요한 것은 ESG 정보 공시"라며 "결국 ESG 생태계가 돌아가려면 자금이 흘려야 하는데, 탄소중립의 경우 IFRS가 ISSB를 출범시켜 스코프1, 2, 3을 다 공시하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U는 물론 정부 입김이 적은 미국조차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면서 "그런데 우리나라는 나무 밑에서 낮잠자는 토끼 같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2025년부터 2조원 이상 상장기업에 의무화하고 2030년까지 전체로 하면 너무 늦다고 했다.
이어 기조연설을 한 이한경 대표는 '글로벌 공급망 관점에서의 ESG 이해'라는 주제로 기업들이 '탄소발자국'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발표했다. 이 대표는 "공급망의 탄소배출이 고려된 배경은 스코프1과 2를 넘어서 스코프3를 고려하는 글로벌 추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코프1은 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 스코프2는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등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말한다. 스코프3는 자체 배출되는 탄소 외에 협력업체와 물류과정 그리고 제품 폐기과정까지 발생하는 탄소배출 총량을 말한다.
이 대표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소(SEC)가 탄소배출량 정보공시를 의무화했다"며 "2024년부터는 대기업은 공시에서 제외됐던 스코프3를 포함해서 탄소배출량을 표기해야 한다"고 스코프3 관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EU의 탄소국경세 역시 큰 이유가 된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스코프3까지 관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맥킨지 조사를 인용해 기업의 탄소배출 중 2/3가 공급업체로부터 기인한다고 발표했다. 탄소정보공개(CDP)도 기업이 스스로 배출하는 배출량보다 스코프3가 11배 정도 큰 것으로 추산했다. 스코프3 관리가 넷제로를 위해 중요한 이유다.
이 대표는 기업들에게 "어떤 리스크들이 잠재돼 있는지를 보면 극복방안도 나온다"며 "탄소발자국을 줄이라는 요구가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정책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국제 이니셔티브에 참여해 선행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수공 "국가 탄소중립 선도", SKT "2030 온실가스, 2020比 47.7% 줄일 것"
기조연설에 이어 ESG경영 사례발표는 한국수자원공사와 SK텔레콤의 '넷제로', 수퍼빈과 SK지오센트릭의 '순환경제', 그리고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중소기업 ESG경영 도입 지원책' 등으로 진행됐다.
심과학 한국수자원공사 처장은 "회사 자체의 탄소중립을 넘어 국가 탄소중립을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를 위해 '탄소제로 물관리' '물에너지 확대' '그린수소 활성화' '흡수원 조성'이라는 4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상수도 관리, 그리고 수송이나 건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여 회사 차원의 넷제로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이어 수상태양광, 수열에너지, 수력발전 등 수자원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물을 이용해 만드는 그린수소를 활성화하고, 댐 주변 등에 많은 탄소흡수원을 조성해 국가 차원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어 발표한 강세원 SK텔레콤 팀장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 대비 47.7% 감축하고,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라며 "SK텔레콤의 사용 에너지의 99%가 전력임을 감안하면 RE100 달성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전체 전력량에 비하면 적은 규모지만 녹색프리미엄 전력 구매를 하고 있다"며 "이 규모도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등 다른 RE100 방안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수퍼빈 "순환경제, 분류·수거 중요", SK지오 "플라스틱 재활용 범위 넓혀"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된 재활용 쓰레기 회수로봇 '네프론'으로 유명한 수퍼빈의 김정빈 대표는 '순환경제'에서 분류와 회수, 그리고 물류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발표했다. 플라스틱을 사례로 할 경우 화학업체들이 원하는 폐플라스틱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분류부터 수거, 보관과 물류가 담당하는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화학업체들은 원하는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구분하고 싶어한다"며 "수퍼빈은 개개인으로부터 폐기물을 구매해 기업들이 쓸 수 있는 부분을 납품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피드백을 주면 센서나 디지털정보 값을 교정하면서 기업들이 실제로 쓸 수 있는 폐기물을 구별하고 있다"며 디지털기술로 폐기물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순환경제가 도시에 들어와 문화화되고 이를 앞당길 수 있도록 시민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회수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시민들이 ICT기반의 기술로 폐기물을 소재화하는 수퍼빈의 역할을 확인하고, 도시안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인식을 확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최영민 SK지오센트릭 팀장은 과거 대부분 소각이나 매립됐던 '재활용이 어려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한 회사의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우선 석유로부터 플라스틱이 나왔기 때문에 뒤집어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면 다시 석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내건 회사의 비전 '도시유전'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현재도 재활용이 거의 되고 있지 않는 복합재질 플라스틱과 단일재질이지만 오염된 플라스틱까지 재활용할 수 있는 화학적 방법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용매추출법, 해중합, 열분해와 생성된 열분해유 후처리 기술 등으로 플라스틱 재활용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며 "SK지오센트릭의 기술, 그리고 해당 기술 보유 기업과의 협력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들의 ESG경영 도입을 지원하고 있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최해종 팀장은 "경기도 지역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3%가 ESG경영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며 "또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로 대부분 정보와 인력 부족을 꼽았다"고 밝혔다.
그는 "중소기업들은 정보부족, 그리고 회사의 수익악화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도입하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도에서는 'ESG 진단평가' '인식확산 정보제공' 등을 도내 중소기업에게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흥원에서 하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이나 '탄소중립'을 위한 신산업 발굴 및 지원사업인 '그린뉴딜' 역시 대표적인 ESG 지원사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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