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접근이 힘들고 위험한 지역에 활용 가능"
머지않은 미래에 파리가 화학무기나 오염물질을 탐지하는데 이용될지도 모른다.
24일(현지시간) 닉 매니케(Nick Manicke) 미국 인디애나대학(IUPUI) 화학생물학·법의학·조사과학 부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쉬파리를 화학센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파리가 날아다니며 섭취한 물질은 내장에 고스란히 담겨있어, 화학물질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연구로 인간이 직접 조사하기 힘들거나 위험한 지역에 화학무기 및 위험물질 탐지센서로 파리가 활용될 가능성이 열렸다.
화학무기는 세계적으로 금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시리아내전 등의 분쟁에 사용됐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화학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IUPUI 연구팀은 파리가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화학무기 사용여부를 보다 안전하게 조사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화학무기 모의약품을 사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모의약품은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특징 및 분자의 행동이 실제 화학무기와 유사하다.
실험결과 연구팀은 다양한 환경요인이 화학무기 모의약품 탐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질량분석기를 사용해 파리의 내장에 든 화학물질을 확인했으며, 환경에 노출되면 금방 분해되는 화학작용제까지 탐지됐다. 환경에서 오래 지속되지 않는 화학작용제가 파리 내장에서는 분석이 가능할 만큼 충분히 보존돼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파리 내장 속의 화학물질은 파리가 처음 노출된지 최대 14일이 지난 후에도 검출이 가능했다. 이는 인명위험없이 안전하게 샘플을 채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너무 위험하거나 거리가 멀거나 접근이 통제된 지역, 혹은 비밀리에 샘플을 수집하는 경우 미끼로 파리를 해당 지역에 끌어들이고 파리의 내장에 무엇이 있는지 분석해 넓은 영역을 스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연구는 살충제와 같은 오염물질이 환경을 통해 어떻게 이동하는지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크리스틴 피카드(Christine Picard) IUPUI 과학대학원 생물학과 부교수는 "파리는 어디에나 있고 주변 환경의 표본을 추출하는데 매우 능숙하다"며 "파리가 날아다니며 물질을 섭취하면 그 정보가 내장에 저장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토대로 폭발성 화합물 '비감응성 무기'의 분자를 탐지하는 프로젝트를 2년간 진행할 예정이다. 매니케 박사와 피카드 박사는 파리를 이용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비감응성 화합물을 찾을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학술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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