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펠]버려진 왕겨와 커피박...플라스틱 대체하는 첨단신소재가 되다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02-05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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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 에이엔폴리
고분자 나노셀룰로오스로 '글로벌 넘본다'
뉴스트리가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일상생활 속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사회혁신리더를 선발해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편집자주]
▲노상철 에이엔폴리 대표 ⓒnewstree

벼의 껍질과 커피찌꺼기 등 버려진 식물 부산물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첨단신소재 '나노셀룰로오스'를 개발한 곳이 있다. 올해로 창업 8년차를 맞은 국내 스타트업 '에이엔폴리'가 그 주인공이다. 

한때 '기적의 소재'로 대접받았던 플라스틱은 지금 지구 곳곳을 오염시키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히말라야 고산지대부터 태평양 심해 그리고 극지방에 이르기까지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돼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국제규제를 만들고 있지만, 아직 플라스틱을 대체할만한 완벽한 소재가 없는 상황에서 에이엔폴리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에이엔폴리의 노상철(51) 대표는 "우리 회사가 독자개발한 나노셀룰로오스 '리엔셀'(Re:ancel)은 자연 유래의 친환경이면서 물성이 우수하고 다양한 플라스틱 대체품 혹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소재"라며 "합성 고분자 물질인 플라스틱으로 자동차, 포장재, 전자기기, 식품포장재 등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개발한 리엔셀로도 자동차 내외장재를 비롯해 필름, 이차전지 분리막 등 다양한 산업용 소재와 식품용기 등을 만들 수 있는 고분자 소재"라고 강조했다. 특히 리엔셀은 대체육 등 식품용 소재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획기적이라는 게 노 대표의 설명이다.

2023년 포브스 아시아 100대 유명 스타트업에 선정된데 이어, 세계가전박람회 'CES 2024'에서 지속가능성 부문에서 혁신상까지 거머쥔 에이엔폴리의 노상철 대표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에이엔폴리가 개발한 친환경 소재 나노셀룰로오스 '리엔셀'(사진=에이엔폴리)


◇ 자동차에서 대체육까지···나노셀룰로오스 활용성 '무궁무진'


셀룰로오스는 식물의 주요 구성물질인 '섬유질'이다. 지구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유기물질이기도 하다. 에이엔폴리는 이 셀룰로오스를 원료로 독자적인 나노바이오 기술을 적용해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인 나노 크기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노상철 대표는 "셀룰로오스는 많은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를 나노 크기로 만들면 새로운 물성과 특성이 만들어진다"면서 "강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명하고 열에도 강해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천연 고분자 물질인 나노셀룰로오스는 활용성이 무궁무진하다. 자동차 내장재로 활용할 수도 있고, 이차전지나 건축소재, 휴대폰 소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 화장품 용기, 식품용기, 포장재로도 사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제품은 다 만들 수 있다. 노상철 대표는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생분해 소재로 사용할 수도 있고, 플라스틱과 혼합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면서 "우리가 개발한 것은 그냥 바이오 소재가 아니라 나노 소재이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은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나노셀룰로오스는 자연에서 분해된다는 점에서 폐기물이 없는 탄소저감 소재라고 할 수 있다. 통상 셀룰로오스와 비교해서 6개월 이내에 90% 이상 분해되면 생분해 물질로 인증해주는데 나노크기의 셀룰로오스는 자연상태에서 100% 분해된다는 게 노 대표의 설명이다. 그래서 의료용이나 대체육 소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에이엔폴리가 주목받는 또다른 이유는 바로 나노셀룰로오스의 원료에 있다. 통상 목재나 옥수수로 만들 수도 있지만 이 회사는 산림을 훼손하고 식량자원을 위협하는 원료로 개발하는 것은 친환경 소재로서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처음부터 왕겨, 커피찌꺼기같은 식물 부산물쪽으로 눈을 돌렸다. 식물 부산물로 만들어야만 자원순환형 나노셀룰로오스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노 대표는 "뛰어난 소재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료 선택부터 제조공정까지 환경에 피해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가능한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물을 적게 사용하고, 원료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물론 개발하기까지 시행착오도 적지않았다. 개발한 소재의 실증실험을 위해서는 큰 규모의 테스트가 필요한데 이를 뒷받침할만한 장비나 시설이 없어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노 대표는 "나노셀룰로오스 제조를 위한 상용화 설비가 없어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제작까지 하다보니 힘들었다"면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다른 회사보다 훨씬 균일한 직경과 섬유 분포를 지닌 고품질 나노셀룰로오스를 제조하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분야의 활용 가능한 나노셀룰로오스(자료=에이엔폴리)


◇"우리 소재로 플라스틱 사용량 20% 절감 목표"


포스텍 환경공학과 연구교수로 재직하던 노상철 대표는 친환경 고분자 물질인 나노셀룰로오스를 개발하는데 성공하면서 2017년 포스텍(POSTECH) 연구실에서 분사해 에이엔폴리를 창업했다. 현재 노 대표를 포함한 27명 구성원 가운데 13명이 석박사 연구원이다. 글로벌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 회사는 업력이 길지 않음에도 무려 33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12개 특허는 이미 등록돼 있고, 나머지는 출원해놓은 상태다. 노 대표는 "해마다 수많은 기술이 논문으로 나오지만 상업화된 기술은 거의 드물다"면서 "지금도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우리가 연구하고 개발한 기술을 제품으로 상용화하는 것은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기술력이 있다보니 투자도 줄을 이었다. 포스코와 롯데케미칼 등 현재까지 150억원 넘게 투자를 유치한 에이엔폴리는 지난해 11월에 미국에 법인을 설립했고 해외기업과의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이 회사가 만든 '리엔셀 T-CNF' 제품은 기능성과 친환경적인 신소재로 인정받아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4' 지속가능성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회사는 한국기업 최초로 '퓨처 푸드 아시아'에서 대상을 받아 10만달러를 상금을 받은 바 있고,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을 비롯해 포항에 본사를 두고 있어 경상북도 도지사 표창도 받았다. 또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 13기로 선정되면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혁신리더로도 인정받았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소재가 제품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데 온힘을 모으겠다는 게 노 대표의 목표다. 노 대표는 "2025년에 연산 1000톤 이상의 고품질 나노셀룰로오스를 생산할 수 있는 데모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국내외 기업과 협업을 진행해 상용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상철 대표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10% 절감하면 연간 폐기물을 4600만톤 절감할 수 있는데 우리가 만든 이 신소재로 전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이 20% 절감된다면,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우리 회사의 목표도 달성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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