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5]서쪽은 '폭우' 동쪽은 '가뭄'…한반도 '기후재난 6대 뉴스'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12-31 0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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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사진=산림청)

올해 한반도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보냈다. 기온이 33℃ 이상으로 올라가는 폭염이 시작된 시기가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이르게 나타났고, 한밤 최저기온이 25℃를 웃도는 열대야가 시작된 시기 역시 111년만에 가장 빨랐다.

특히 올해는 기후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동쪽은 재난사태가 선포될 정도로 가뭄이 심각했던 반면 서쪽은 기록적인 호우로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전국이 동시에 같은 기상현상이 나타나는 과거와 달리, 이제 지역별로 다른 기상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산불과 가뭄, 기습폭우가 한반도 곳곳을 강타했던 2025년 한해의 기후뉴스를 정리해봤다.

[1] 3월 경상권 역대급 산불 피해

올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기후재난 가운데 가장 피해가 컸던 것은 3월에 발생한 '산불'이었다. 3월 초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에서 동시다발 발생한 산불은 7일~10일까지 이어졌다. 산청 산불은 지리산 인근까지 번졌고, 의성 산불은 동해안 영덕까지 불씨가 날아갔다. 가뭄으로 메마른 땅과 숲에 순간 최대풍속 27m/s에 달하는 강풍까지 불면서 불씨가 2㎞ 이상 떨어진 곳가지 날아가 피해면적을 키웠던 것이다.

이 산불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160배에 달하는 약 4만8000헥타르(ha)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또 주택과 창고, 농업시설 등 3700여채의 건물이 불에 탔고, 26명이 숨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을 단순한 봄철 화재가 아닌 '기후형 산불'로 분류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겨울가뭄과 이례적 고온 현상이 반복되면서 산림이 건조해졌고, 그 결과 작은 불씨만으로도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2]역대급 뜨거운 여름···온열질환자 4460명

올 6~8월 우리나라 기온은 역대 가장 높았다. 초여름인 6월부터 전국 평균기온은 22.9℃로 평년보다 1.5℃ 높았고, 6월 27일에는 남부지방, 29일에는 전국에 첫 폭염특보가 발효되면서 최근 10년 사이 가장 이른 폭염이 찾아왔다. 7~8월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 낮 기온이 35℃ 안팎이었고, 체감온도는 40℃를 넘나들었다. 더위로 인해 최대전력수요는 7월 초부터 이미 한여름 수준에 달하는 90.2기가와트(GW)에 달했다.

밤에도 기온이 25℃를 웃도는 열대야도 기승을 부리면서 온열질환자가 늘었다. 올여름 신고된 온열질환자의 수는 약 4460명으로 지난해 3704명 대비 약 20.4% 증가했다. 폭염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도 29명이나 됐다. 폭염이 단순한 더위가 아니라 목숨이 걸린 재난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올해 폭염의 특징은 '지속성'이었다. 하루이틀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고기압이 장기간 한반도를 덮으면서 '가마솥 더위'가 나타나 피해를 더욱 키웠다. 이같은 폭염은 다른 재난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장기간 이어진 고온은 토양 수분을 빠르게 고갈시키며 가뭄을 심화시켰고, 산림과 초지를 건조하게 만들어 다시금 산불 위험을 키우고 있다. 동시에 대기 불안정성을 높여, 집중호우 시 짧은 시간에 국지적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환경을 만들었다.

[3] 고기압에 지배당한 한반도···태풍없는 한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북태평양 고기압층이 태풍을 막는 방패 역할을 했다. 한해 평균 3.4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지만 모든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가면서 태풍 '0건'을 기록한 것이다.

통상 태풍은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한다. 일반적인 경우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면 태풍은 이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로 유입되는데, 올해는 고기압이 이동하지 않고 버티면서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반도로 향하던 태풍은 중국 남부나 일본으로 방향을 틀어버렸다. 9월에 발생한 미탁, 라가사, 너구리 등 3개 태풍은 당초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태풍없는 한반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여름청 강수 균형도 무너졌다. 이 때문에 올여름 내내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더 심화됐고, 한쪽에서는 극한폭우가 쏟아지는 '극과극' 기상현상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태풍의 진로와 발생 빈도가 기후변화로 점점 불규칙해지고 있다"며 "태풍은 많은 피해를 일으킬 수 있지만, 아예 오지 않는 여름 역시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바닥 드러낸 강릉 오봉저수지(사진=연합뉴스)

[4] 마실 물도 부족했다···강릉, 역대급 가뭄

강원도 강릉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강릉은 올여름 강수량이 평년을 크게 밑돌았다. 올 4~8월까지 강릉의 5개월 누적강수량은 평년의 50% 수준에 그쳤다. 이로 인해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 역할을 하는 오봉저수지가 8월부터 바닥을 드러냈다. 저수율이 12%까지 떨어진 오봉저수지에서 20여년전에 태풍으로 수몰됐던 티코 차량이 모습을 드러낼 정도였다.

유례없는 가뭄으로 강릉시는 75% 제한급수를 실시하는 등 비상대응에 나섰다. 중앙정부는 강릉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단수가 되는 최악의 사태를 막았다. 소방헬기를 동원에 저수기에 물을 퍼나르는 것부터 전국의 소방차와 살수차를 동원했다. 심지어 군부대 물탱크와 선박까지 물 퍼나르기에 동원됐다. 마실 물도 부족해진 강릉 시민들을 위해 전국적으로 생수 기부행렬이 이어졌다. 

결국 강릉 가뭄은 9월 하순 내린 비로 해갈이 됐지만, 강수량이 비슷했던 속초는 '워터밤' 축제를 개최할 정도로 물이 남아돌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뭄에 대비한 지방정부의 '물관리 부실'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5] 1시간에 114.9㎜···'극한호우' 빈발

수도권과 충청권은 '물폭탄'을 맞았다. 올해 장마는 관측 이래 가장 짧아 장맛비로 인한 폭우는 줄었지만, 대기 불안정으로 인한 '극한호우'는 빈번하게 발생했다. 한번 비가 내릴 때 80~120㎜에 달하는 비가 쏟아졌다.

7월 17일 충남 서산에는 시간당 114.9㎜ 폭우가 쏟아지면서 하룻밤 사이에 강수량이 339.1㎜를 기록했을 정도다. 홍성에도 시간당 98.2㎜ 폭우가 쏟아지면서 밤새 302.5㎜의 비가 내렸다. 이외에도 충북 청주 230.7㎜, 충남 천안 229.1㎜, 세종 145.4㎜ 등 충청권에 비가 집중됐다. 서울·경기 일대에도 7월 중순부터 8월까지 시간당 70~90㎜의 비가 내리며 침수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무엇보다 단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진 것이 피해를 키웠다. 시멘트로 덮혀있는 도시는 비가 땅속으로 흡수되지 못하는 불투수면적이 넓다. 이런 구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차오르게 된다. 도심 도로와 지하차도, 지하철 역사와 상가가 잇따라 침수된 이유였다.

경남 산청·합천 등 내륙 산지에도 누적 300~800㎜의 폭우가 쏟아졌고, 산청 단성면에는 시간당 101㎜의 극한호우가 관측됐다. 경북 청도, 고령 등에도 400㎜ 안팎의 비가 집중되면서 하천 수위가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올 3월 대형산불로 산지가 훼손된 산청 등에서 산사태와 토사유출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1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5177억원 규모의 피해가 집계됐다.

▲기습폭설에 정체된 내부순환로(사진=연합뉴스)

[6] '기습폭설'에 빙판길···수도권 도로 마비

눈도 극단적으로 내렸다. 12월 4일 퇴근길에 내린 첫눈은 폭설이었다. 2시간 사이에 5㎝가 쌓일 정도였다. 갑자기 내린 폭설로 도심 도로는 마비됐다. 4~5시간 걸려 집에 도착한 사람이 수두룩할 정도였다. 심지어 차를 도로에 세워두고 귀가한 사람도 적지않았다. 도로는 그야말로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이렇게 내린 눈은 강추위에 얼어붙으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일부 도로는 결빙으로 차량이 미끄러져 교통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했다. 고양시에서는 8중 추돌사고가 발생했고, 포천시에서는 차량 20여대가 한번에 미끄러져 서로 부딪히는 일이 벌어졌다. 한 버스는 도로 위에서 8시간이나 고립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폭설이 여름철에 보였던 강수 패턴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서해 수온이 평년보다 높게 유지되면서 따뜻한 수증기가 꾸준히 공급되는 가운데, 북서쪽에서 유입된 찬 공기와 만나면서 눈구름대가 급격하게 발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해 기습폭설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서해를 비롯한 동해·남해 등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기후변화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높아진다면 이같은 초겨울 강설 현상은 매년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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