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 지진대 '불의 고리'에 위치한 국가들은 2025년 내내 지진이 끊이지 않아 전세계가 불안에 떨었다.
지진은 연초부터 시작됐다. 지난 1월 7일 중국 티베트 자치구 지역에서 규모 7.1 지진이 발생해 126명이 숨지고 188명이 다치는 등 300여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어 3월 28일에는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 인근에서 규모 7.7 강진이 발생해 약 5400여명이 숨지고 1만1000명에 달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강진으로 8300곳의 불교 유적이 파괴됐고, 진앙으로부터 1000㎞ 떨어진 태국 방콕에서 건설 중이던 고층 건물이 무너지기까지 했다.
2월에 발생한 지진은 전혀 다른 패턴이었다. 그리스 산토리니와 인근 아모르고스·이오스 섬 일대에서는 2주일간 미세지진이 1만3000건이나 발생했다. 개별 지진의 최대 규모는 5.2 수준이었지만, 반복되는 진동으로 주민과 관광객 1만1000여명이 섬을 떠나야 했고, 그리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관광객 출입을 막았다. 대형 참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례적인 수준의 군집(swarm)형 지진으로 사회·관광 기능이 마비된 사례였다.
여름에는 환태평양 지진대 구간이 본격적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환태평양 지진대는 태평양판의 가장자리로 필리핀판, 인도-호주판 등 다른 지각판과 맞물려 있어 지진이 자주 발생해 '불의 고리'라고도 불린다. 올해 발생한 규모 5 이상의 지진 2000여건 가운데 1600여건이 이 지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불의 고리에 속하는 러시아 극동 캄차카 해역에서는 열흘동안 규모 5 이상 지진이 50회 이상 이어진 뒤 규모 8.8 초강진이 발생하며 올해 가장 강력한 수준의 지진으로 기록됐다. 이번 강진은 주변 지각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초에는 같은 지역에서 규모 7 지진이 발생했고, 그 영향으로 6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캄차카 크라셰닌니코프화산이 분화하기도 했다. 또 9월에 규모 7.8의 강진과 5.8 여진이 잇따르는 등 불안정한 지각 활동이 계속 이어졌다.
일본, 필리핀, 대만 등에서도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다. 10월 1일 필리핀 세부 북동쪽 해역에서는 규모 6.9 지진이 발생했고, 10일에는 필리핀 민다니오 인근 해역에서는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해당 지역뿐 아니라 인근 지역 국가들까지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지진으로 인해 민다니오 지역은 도로 등 사회인프라가 파손됐고, 대규모 정전과 통신장애 사태가 발생했다. 그런데 강진이 발생한지 고작 사흘 만에 필리핀 세부 인근 해역에서 또 규모 5.8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다.
일본 가고시마현 도카라 열도에서는 7월 3주간 3000회 이상의 소규모 지진이 집중 발생되는가 하면, 10월 8일에 가고시마현 남남서쪽 해역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지진이 이어지다가 연말인 12월에는 혼슈 북동부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규모 7.5 강진이 발생해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고, 이후 규모 6 이상의 여진이 연이어 관측됐다. 일본 기상당국은 지난해 도입한 '후발 지진 주의 경보'를 처음으로 발령하기도 했다.
대만 역시 잇따른 지진 피해에 고통받았다. 지난해 화롄에서 발생한 규모 7.4 강진 여파로 올해에도 규모 5~6대 지진이 반복됐으며, 12월 24일 남동부 타이둥 인근에서 규모 6.1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27일에는 북동부 해역에서 규모 7 지진이 발생해 타이베이 전역에 강한 진동이 감지돼 건물 대피와 교통 통제가 이뤄졌다. 당장 다음날인 28일에는 태평양 건너에 있는 남미 페루 북부 침보테 해역에서 규모 6.2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불의 고리가 자주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특히 자주 보였던 군집형 지진과 연쇄적인 지진 발생 패턴이 판 구조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며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연쇄적인 반응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31일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지각 활동은 최소 수십년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쉽게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올해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관측된 지진 사례를 종합해보면 중장기적으로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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