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성패 좌우"...내년 기후에너지 시장 '관전포인트'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5-12-29 17: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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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후리더쉽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기후정책에 성공하려면 속도감있게 재생에너지로 전력시장이 재편되는 것과 동시에 산업전환을 뒷받침할 한국형 전환금융과 금융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녹색전환연구소는 '2026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 보고서를 통해 내년을 '기후대응의 결정적 분기점"으로 규정하면서 △미국 기후정책 후퇴와 유럽의 동요 △중국 녹색산업 주도권 강화 △한국 재생에너지 급속 확대 필요성 △산업 전환을 뒷받침할 한국형 전환금융(K-GX)과 금융시스템 구축 △기후시민의회 구축 △지방선거에서의 기후·복지정책 쟁점 등 10대 핵심의제를 제시했다.

2026년을 기후위기와 지정학적 분열, 산업 및 기술전환이 동시에 작동하며 전환의 성패가 갈리는 해로 진단한 연구소는 "2026년은 더 이상 방향을 논의하는 시간이 아니라, 정책과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느냐 여부가 탄소중립 성패를 결정하는 문턱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매년 다음 해의 기후·에너지 환경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보고서를 발간하는 녹색전환연구소는 이번 보고서가 세번째다. 

◇美·EU 후퇴, 中 전진···글로벌 기후리더십 재편

보고서는 2026년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 목표를 지킬 수 있는 '탄소 흑자예산'을 유지하는 사실상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5 배출량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파리기후변화협정 1.5℃ 목표를 지키기 위해 남은 탄소예산은 약 800억톤에 불과하다.

현재 탄소예산은 고갈 직전에 놓여있는데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는 축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미국은 파리협정 탈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무력화, 환경규제 완화의 길을 걷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산업경쟁력 확보를 명분으로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등 핵심 규제를 완화하며 기후정책 추진 속도를 늦추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재생에너지와 녹색산업을 중심으로 국제 공급망과 영향력을 확대하며 글로벌 기후시장에서 빠르게 리더십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탄소배출 정점을 찍은 중국은 올해 배출량이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중국이 약속한 시점보다 약 5~6년 빠른 성과다. 중국 태양광 모듈 생산량은 2024년 기준 588기가와트(GW)로 전세계 신규 설비용량과 맞먹는다.  

▲ 20년간 미국과 중국,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자료=녹색전환연구소)

◇"재생에너지 속도가 韓산업경쟁력 가른다"

보고서는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중견국이 기후대응을 매개로 국제사회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전환을 미루는 선택을 할 경우, 산업·에너지·기후대응 전반에서 구조적 불리함이 장기간 고착될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겼다.

당장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6년부터 태양광을 중심으로 매년 1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추가 설치돼야 한다. 이를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와 전력시스템 유연성 확보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햇빛소득마을 2500개 조성, 주차장 태양광 의무화 등 분산형 재생에너지 모델 확산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ESS 통합전략이 필수라고 했다.

보고서는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논의가 에너지전환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원칙 아래 재검토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재 용인첨단반도체 국가산단은 완공시 전력수요가 총 10GW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6기 건설이 예정돼 있지만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은 0.67%(19.87㎿)에 그친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가 RE100 산단이 지향하는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소비하는 '지산지소형' 시스템과 구조적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에 초대형 전력수요를 집중시키는 산업 입지 전략은 송전망 확대와 화석연료 의존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그 결과 지역간 불균형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PV 제조 설비용량에서 중국 점유율 (자료=녹색전환연구소)

◇ 'AI' 에너지 구조재편·전환금융 설계에 달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인공지능(AI) 급성장으로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이 2026년까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가 추진중인 'AI 3대 강국' 전략이 대규모 전력수요 증가와 맞물려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25년 한 해 발표된 국내 데이터센터 투자계획만 34조원이다. SK·네이버·아마존웹서비스·블랙록 자회사 뷔나그룹 등이 잇다라 대규모 건설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국내 5개 정보기술(IT) 기업의 자사 데이터센터 기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은 0~6% 수준에 불과하다. 이 역시 전체 7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에 보고서는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의 입지·전력 공급 구조 역시 재생에너지 전환 원칙과 함께 재설계돼야 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산업 전환의 재정적 토대 마련 역시 2026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K-GX 전략이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공공재정과 금융이 화석연료 기반 산업과 인프라를 지지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하며, 기후재정과 전환금융이 실제 투자와 위험 분담 구조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공재정의 역할 강화하는 한편, 전환금융이 LNG 발전이나 탄소포집·활용·저장(CCUS)같은 화석연료 중심 투자로 과도하게 확장되지 않도록 전환금융의 엄격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정책, 사회적 합의와 지역정치 중요성 커져"

보고서는 에너지와 기후정책을 둘러싼 반복된 사회적 갈등을 넘어서려면 시민이 전환의 방향과 속도에 참여하는 '전환적 기후시민의회'가 내년부터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기후취약계층과 미래세대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인구 비례를 넘는 가중치 부여와 함께 장애·언어·돌봄·디지털 격차 등으로 인한 참여 장벽 제거, 시민의회 권고에 대한 국회와 정부의 책임있는 답변 의무화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2026년 한국형 기후시민의회는 시민이 전환의 공동 설계자로 성장하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핵심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년은 지방선거가 치뤄지는 해인만큼 기후정책이 에너지 문제를 넘어 복지·이동권·주거·지역경제와 결합해 시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건물·난방 부문에서는 히트펌프를 통한 탈탄소 난방 전환이 2026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히트펌프 단순보급 확대가 아니라, 주거 유형과 지역여건 그리고 재생에너지 연계를 고려한 정책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기후재난 대응이 '오적응(Maladaptation)'으로 이어질 위험을 경고했다. 오적응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정의한 개념이다. "온실가스 배출증가,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 증가, 불평등 심화 또는 복지의 감소 등을 포함해 기후관련 부정적 결과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행동이자 의도되지 않은 결과"를 의미한다.

실제로 2025년 영남 산불 피해 복구 과정에서 산불특별법이 제정됐지만 경상북도는 산림 휴양단지·관광시설·리조트 건설 등 개발 중심 재건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재난복구가 피해자의 회복력 강화보다 규제완화와 개발로 기울 경우 IPCC가 경고한 오적응의 전형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기후재난이 일상화되는 속에서 단기 복구 중심의 대응이 오히려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에 보고서는 2026년 시행될 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2026~2030)이 △명확한 중장기 목표 수립 △공공사업의 '기후 적합성' 평가체계 구축 △감축계획과의 통합 △주거·보건·에너지 등 사회경제 시스템 조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2026년은 1.5°C를 지키기 위해 남은 탄소예산이 고갈 직전인 시점이자, 한국이 뒤늦게 재생에너지 확대와 K-GX를 본격 추진하는 전환의 원년"이라며 "미국의 후퇴와 유럽의 동요 속에서 중견국인 한국이 먼저 녹색 혁신과 전환을 서두른다면, 글로벌 기후대응에 기여하는 동시에 녹색산업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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