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촬영 등 행사차량으로 전락해
7억원 가까이 들여 구비한 기상청 기상관측차량이 올 9월 상륙한 태풍 힌남노 때에도 '주차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건영 위원(더불어민주당·서울 구로을)이 최근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기상청 기상관측차량 운영 배치 기록'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 2대의 관측차량이 추가적으로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전국 기상관측차량 4대의 평균 운영률은 22.6%에 불과했다. 1년에 282일동안 아무 역할없이 주차장에 방치된 채 세워져 있는 셈이다.
일례로 지난 2021년 9월 태풍 '찬투'가 제주도와 남부 지역에 상륙했을 당시 수도권청과 대전청 소속의 기상관측차량은 운영 기록이 전무하다.
올 9월 상륙한 태풍 '힌남노'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힌남노 상륙 당시 태풍 관련 특별관측을 했던 것은 광주청이 운영 중인 차량 1대에 불과했다. 수도권청, 대전청, 부산청의 해당 기간 차량 운영 내역은 없었다.
올해만 놓고 봤을 때 기상관측차량이 주차장에 방치된 날이 가장 많은 곳은 수도권과 부산청이었다. 지난 15일 기준 수도권청과 부산청의 기상관측차량 운영률은 19.4%로 동일했고, 대전청은 29.5%에 그쳤다. 광주청이 258일 중 113일 해당 차량을 운영해 43.8%의 운영률을 보였다. 4개 청이 운영 중인 차량 4대의 평균 운영률은 겨우 28%에 그쳤다.
문제는 운영률만이 아니다. 차량운영의 세부내용에서도 도입취지가 무색한 문제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2020년 최초 도입할 때 기상청이 내세웠던 도입 목적과 완전히 다른 운영 방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기상청이 최초 밝힌 기상관측차량의 필요성은 '위험기상 현장의 입체 관측으로 예·특보 지원을 강화하고 산불 등 재난 발생 시 국민안전 확보'에 있었다. 즉 기상재해 조기 감시와 재난 대응을 위해 추진한 사업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 6억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도입된 해당 차량들이 운영된 세부내역은 도입취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위험기상감시, 비교·특별관측 등 기상관측에 활용된 경우는 전체 운영 내역 중 절반가량에 불과했다. 도입 목적 중 하나였던 재난 대응에 활용된 경우도 전체 운영 내역 중 평균 7%에 불과했다. 심지어 수도권청 관할 차량의 경우 2년간 단 3일에 불과해 재난 대응 활용률이 가장 저조했다.
특이한 것은 △제주 드라마 촬영(수도권청, 2021.10.29.~11.02., 총 5일), △대통령 취임 행사 지원(수도권청, 2022.5.2.~5.10., 총 9일) 등에 장기간 활용되거나, △대구쿨산업전 행사 지원(대전청, 2021.7.20.~23., 2022.7.5.~7.8., 총 8일), △어린이과학대공원 행사지원(수도권청, 2022.8.17.~8.21., 총 5일) 등 홍보나 행사 지원에 사용된 경우가 다수 발견된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태풍 등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에서 해당 차량의 별다른 역할을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한편, 기상청은 올해 연말까지 강원청과 대구청에 각각 1대씩 2대의 기상관측차량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2023년에는 제주청, 전주청, 청주청 3곳에 총 3대의 차량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윤 의원은 "국민 세금을 들여 구입한 기상관측차량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실태가 드러났다"며 "2023년까지 투입될 예산이 총 15억3000만원에 달하는 만큼,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한 자체 점검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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