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중 높여, 재생에너지 비중 낮출듯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탄소중립과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항목은 지난 정부보다 후퇴할 것을 시사하고 있어, 한국이 '그린워싱 국가' 오명을 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16일 정부가 발표한 A4용지 60페이지 분량의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기후대응에 관련된 내용은 달랑 1페이지에 그쳤다. 이 1페이지에는 '탄소중립·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 이행수단을 재검토하여 기 발표한 감축목표를 차질없이 이행'해 저탄소 투자·소비를 촉진하고 순환경제와 ESG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그려놓은 그림이 전부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내용은 △산업계·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 및 비용분석 후 부문별·연도별 감축경로를 포함한 NDC 달성방안 마련 △비용효율적 감축수단인 배출권 거래제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배출권 총량, 할당방식 등 재검토 △상향된 NDC 이행이 가능하도록 원전 활용도 제고 △재생에너지 비중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이라고만 돼 있다.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각론이 없다. 이에 환경단체 등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유럽은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려고 재생에너지 목표를 올리는데 우리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재생에너지는 줄이고 원전만 확대하는 시대착오적 에너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우선 새 정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약속한 목표를 차질없이 이행하되, 감축경로 및 원전 활용을 제고해 감축 이행수단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산업계,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 및 비용분석 등을 토대로 부문별·연도별 감축경로를 포함한 NDC 달성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단체들은 이에 대해 "현재 목표에 대해 달성불가능이라고 외치고 있는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것은 산업계의 감축량은 줄여주고 그것을 에너지 등 다른 부문으로 전이하겠다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결국 원전이나 천연가스 비중을 늘려 에너지 부문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했다.
실제로 새 정부는 기후위기 및 탄소중립 정책의 핵심으로 '원전'과 '천연가스'를 중심에 두고 있다. 이 둘의 에너지믹스를 통해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단돼 있는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하고, 운영허가 만료되는 원전의 계속운전 등으로 원전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천연가스 비중도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환경전문가들은 이런 정책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그린 택소노미'(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에 당초 원전과 천연가스를 포함시키려 했지만, EU집행위원회 소위에서 이를 배제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은 오는 7월 6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이뤄진다.
만약 원전이 EU 택소노미에서 제외될 경우,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만든 제품들은 향후 EU 수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탄소국경세 등이 부과되거나, 아예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 EU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다고 해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기 때문에 국내 원전에 적용될 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재생에너지는 전 정부의 목표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보급할 것을 시사했다.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재생에너지에 대해 '주민수용성에 기반해 보급을 지속하되, 비중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돼 있다.
한 환경단체 상임이사는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은 재생에너지"라며 "하지만 이번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면서, 오히려 논란이 많은 원자력과 천연가스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석탄발전을 줄이는 차원이라고 해도 자칫 한국이 '그린워싱 국가'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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