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이탈리아의 작곡가 비발디는 협주곡 '사계'를 통해 계절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그렇다면 심각한 기후변화가 닥친 미래의 '사계'는 어떤 음악으로 표현될까?
글로벌 디지털 디자인기업 '아카(AKQA)'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글로벌 프로젝트로 비발디 '사계'를 재창작한 '사계 2050' 공연을 2021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을 포함한 6개 대륙 14개 도시에서 진행했다.
이 '사계 2050' 공연이 이번에는 22일 저녁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본원 강당에서 열린다. 이날 공연은 앞선 무대들과 다르게 카이스트의 기술력으로 새롭게 구성한 곡이 연주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래서 공연명칭도 '사계 2050-대전'으로 붙였다.
'사계 2050-대전'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가정하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대전의 위도와 경도를 입력하고 기후예측데이터를 구성했다. 그 결과 2050년 대전은 1년 중 44.2%에 해당하는 161.5일동안 여름이 이어지고, 일 최고기온은 현재 37.1℃에서 39.5℃로 높아질 뿐만 아니라 폭염일수도 28.9일에서 47.5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석사과정 방하연·김용현(지도교수 남주한)이 각각 데이터 기반 음악 작·편곡, 알고리즘 개발 및 인공지능 기술 활용을 맡았다. 박사과정 남궁민상(지도교수 박주용)은 미래 기후변화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했다.
연구팀은 비발디의 '사계'에는 계절마다 소네트(짧은 정형시)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인공지능(AI)에 기후변화 예측값을 입력했다. 이를 학습한 챗GPT-4는 강렬한 더위와 맹렬한 폭풍을 묘사했던 비발디의 '여름' 소네트를 '무자비한 여름 태양 아래, 대전의 시민과 나무들 모두 시든다, 나무들은 갈라지고 있다', '그의 지친 몸은 생물다양성의 붕괴로 강화된 벌레와 말벌 떼로 고통받고, 번개와 요란한 천둥으로 두려워 휴식을 찾지 못한다'고 바꿔놓았다.
연구팀은 숫자로 이뤄진 기후변화 데이터를 입력하면 이를 새로운 악보로 변환해주는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해 편곡에 적용했으며, 챗GPT-4가 재해석한 소네트의 정서도 음악적 효과를 가중하는 데 활용했다.
이런 과정으로 재창작된 '사계 2050-대전'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불규칙하며 혼란스러운 분위기의 곡으로 완성됐다. 생물다양성이 감소해 '봄'의 새소리로 표현된 부분이 대폭 줄어들었다. 기후변화로 길어진 '여름'은 원곡보다 길이를 늘여 훨씬 느린 호흡으로 진행된다. 동시에 극심해진 이상기후로 변덕스러워지는 날씨를 강조하기 위해 몰아치는 폭풍우를 그려낸 악장을 훨씬 강렬하게 표현했다.
'가을'에는 텍스트를 음악으로 바꿔주는 메타社의 인공지능 모델 '뮤직젠'의 해석을 적용했다. 뮤직젠은 화음과 조성이 없어 불안하고 소음처럼 들리는 무조성 기법으로 2050년 가을의 음악을 생성해, 이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원에 덧입혔다. '겨울'은 2023년에 비해 11일 짧아지는 결과를 반영해 기존 곡에서 쉬어가는 부분들을 생략해 길이를 줄였고, 옥타브를 빠르고 급격하게 넘나드는 편곡으로 삼한사온보다 잦은 빈도로 반복되는 극심한 추위를 묘사했다.
22일 공연에서 재창작된 '사계 2050-대전'을 원곡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연세대 기악과 교수)이 프로젝트 예술감독과 솔리스트를 맡아 40인조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공연은 누구나 무료 관람할 수 있지만 22일 오후 2시까지 사전예매해야 한다. 티켓은 현장에서 오후 6시30분부터 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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