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에 지구 평균온도가 임계점을 넘는 시기를 보여주는 '기후위기시계'가 설치됐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5년 321일이다.
기상청과 대전시는 5일 대전 서구 한밭수목원에 '기후위기시계'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기후위기시계는 지구 평균 표면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과 비교해 1.5℃ 높아지는 순간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준다.
기후위기시계가 보여주는 시간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를 토대로 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MCC)의 계산을 반영해 산출된다. MCC는 초당 탄소 배출량을 1337톤(t)으로 산정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하려면 현재 남은 탄소예산은 약 2480억t이다.
만약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까지 상승하면 고위도와 중위도 기온이 최대 4.5℃와 3.0℃ 가량 오르고 해수면은 26~77㎝ 상승하는 등 기후변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에 세계각국 정상들과 전문가들은 2015년 파리협적을 통해 이를 '임계점'(tipping point)으로 두고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로 제한하는 데 노력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미 상승 폭 1.5℃ 제한이 못 지켜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른 시일 내에 일시적으로나마 1.5℃를 넘어서는 '오버슈트'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순간이나마 1.5℃를 넘어설 확률이 66%라고 제시했다.
기후위기시계 설치는 이처럼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직관적으로 시민들에게 보여줘 기후변화 과학정보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시작됐다. 특히 이번 설치 장소인 한밭수목원은 다양한 식물 종과 기후변화에 따른 열대식물의 재배 및 연구가 가능한 식물원이 조성돼 있다. 기온을 낮추고 이산화탄소 및 미세먼지 흡수 등 도시 속 거대한 허파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도심숲이어서 기후시계 설치에 적합한 장소로 평가된다.
앞서 우리나라에는 2021년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역, 제천시, 김해시 등에 기후시계가 설치됐으며 지난 4월에는 인천시에서 국내 최초로 공공청사에 기후시계를 설치해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이날 제막식에서 "기후위기는 기후변화에 대한 국민 관심과 탄소중립을 위한 행동 실천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비로소 극복할 수 있는 커다란 과제"라며 "앞으로 기상청은 민·관 협력을 통한 국민의 탄소중립 인식 개선과 행동 실천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홍보 활동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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