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여성이 더욱 취약한 만큼 여성의 목소리가 더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환경단체 지구의 벗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기후변화 대응과 성평등은 궤를 같이 한다며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 지구의 벗은 "기후·생태적 위기는 동등하게 찾아오지 않는다"며 "기후불평등은 특히 가난한 유색인종의 여성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의 벗에 따르면 여성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상황에서 남성에 비해 사망률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2008년 미얀마를 덮친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약 14만명이 숨졌는데, 이 가운데 61%가 여성이었다.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몇몇 마을은 18~60세 여성 사망자 비중이 2배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14만여명이 희생된 1991년 방글라데시 사이클론 고르키 당시 사망자의 90%가 여성이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2003년 7~8월 유럽을 강타한 폭염은 1540년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됐다. 유럽 전역에서 5~7만명이 사망했다. 프랑스 통계에 따르면 당시 동일 연령대의 남녀를 놓고 봤을 때 여성의 사망률이 15%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생태계 유지 차원에서 중요한 농업에서도 여성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계 농업 노동력의 40% 이상을 여성에게 의존하고 있지만, 여성이 소유한 토지는 15%에 불과하다. 여성은 교육, 가계, 정부보조금에서도 외면당하면서 지분을 넓히기 위한 투자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착취의 악순환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만성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의 60%가 여성이다.
기후재난으로 발생한 난민의 80%가 여성이라는 통계도 있다. 지구의 벗은 "자본주의, 가부장제, 식민주의와 같이 자연과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착취를 일삼는 현행 체제에서 성 불평등과 기후위기는 본질적으로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구의 벗은 기후위기 대응 최전선에 나선 여성 리더들을 조명했다. 케냐 출신 왕가리 마타이는 빈곤이 촉발한 산림의 황폐화와 산림 황폐화가 다시 빈곤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케냐 정부에 맞서 여성들로 하여금 나무를 심는 '그린벨트 운동'을 전개했다. 환경보호, 빈곤퇴치, 여권신장이 민주주의와 맞물려 있다고 믿은 마타이는 30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어 케냐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한편 이날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반으로 지구 평균기온 1.5℃ 상승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뉴욕 기후행동단체 '클라이밋 클락'은 뉴욕 유니언스퀘어에 위치한 기후시계 전광판에 전세계 의회 여성의석수 비중을 추가했다. 현재 전세계 의회 의석수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6.5%에 불과하다.
클라이밋 클락은 "여성의석수 비중과 기후위기 대응의 완결성이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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