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성차별?…인도 홍수 사망자 여성이 많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11-23 08: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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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서…불평등으로 더 취약
아마존 가뭄도 여성들이 최대 피해
▲브라질 파라주 카미랑가 농업생태로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성이 2022년 5월 워크샵에서 로그를 채우고 있다.(사진=수엘라니 수사 다 실바/FASE/Fundo DEMA)

유엔에서 기후변화가 이미 존재하는 성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2022년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은 환경재해에 직면했을 때 생존율이 더 낮은데다 재해 여파로 발생하는 젠더기반 폭력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성 중립적이지 않아 여기에 여성과 소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두드러지는 문제다. 기후에 크게 의존하는 농업은 중저소득 국가 여성의 생계를 가장 크게 책임지고 있다. 유엔은 여성이 전세계 농업노동력의 약 절반을 차지하지만 소유한 농지는 13% 미만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인도에서는 작년 4월 인간발달의 불평등척도인 '인간개발지수(IHDI)'가 증가할수록 홍수사망률이 감소했으나 여성의 사망률은 남성만큼 감소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세계개발(World Development)' 학술지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여성이 자연재해에 더 취약함을 뜻한다고 시사했다.

인도에서 홍수는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자연재해로 전체 재해의 47%를 차지하며 연평균 1700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이 가운데 IHDI가 가장 낮은 인도 북부 비하르주에서 홍수로 인한 여성 사망자가 두 번째로 많았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지역은 인구가 더 많은 마하라슈트라주였다) 비하르주는 인도에서 홍수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재활프로그램이 여성에게 적절한 구호물자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었다. 반면 IHDI가 가장 높은 케랄라는 여성 사망자 수가 가장 적었다.

연구저자인 조이타 로이 초두리(Joyita Roy Chowdhury) 인도 플레임대학 경제학조교수는 인도 여성의 농업 참여도가 높은 점을 들어 홍수에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여성이 자녀를 돌봐야 하고 직업을 바꿀 수 없다는 사회적 규범이 더해진 것이다. 초두리 조교수는 성 평등정책, 여성고용정책 등 여성의 권한을 확대하는 정책은 사망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네하 파후자(Neha Pahuja) 인도 델리의 에너지자원연구소(TERI) 지구과학기후변화연구원 또한 "문화적 규범과 역할, 자원, 권력의 불공평한 분배로 인해 인도의 여성들은 (홍수에) 더 취약하다"며 정치적 의사결정에 여성이 더 많이 참여해 불평등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마존은 기후변화로 빠르게 강우주기가 변화하고 가뭄이 증가하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10년 이상 삼림이 벌채된 지역은 건기 동안 다른 지역보다 강우량이 적다고 분석했으며 나사(NASA)에서는 삼림벌채 및 산불로 열대우림 대기가 건조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다른 연구는 아마존 남부의 토지이용변화가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존에서 물 순환의 변화는 기존 공동체들에게 큰 위협으로 여성이 최대 피해를 입는다. 루이자 비에가스(Luisa Viegas) 브라질 바이아연방대학 생태학연구원은 "강 수위의 변화는 하천 공동체에 영향을 미친다"며 재해가 발생할 때 일반적으로 집에 머무르며 대부분의 가사노동을 하는 여성들이 특히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농업에 종사하는 전통적인 공동체, 그중에서도 소규모 가족농장을 돌보는 여성들은 이미 이러한 변화를 느끼고 있다. 아마존주의 주도 마나우스와 가까운 네그로 강 지역은 기온상승으로 실외 근무시간이 감소했으며 유루아(Juruá) 강 서부지역은 범람이 심해져 카사바 생산량이 감소했다. 모니카 바스콘셀로스(Mônica Vasconcelos) 브라질 아마조나스주립대학 사회생물다양성연구원은 주요한 영향은 식량안보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수와 가뭄으로 식량불안정이 증가하고 지역사회 수익이 감소했다"며 "여성의 경우 이중업무에 그만큼의 보상을 받지도 못해 더 심각하다"고 짚었다.

브라질에서는 여성이 가족농업의 주요 노동력이다. 브라질의 국가공급회사(CONAB)에 따르면 2019년 여성의 가족농업 참여도가 남성보다 80% 더 높았다. 그리고 아마존의 가족농장은 특히 홍수와 가뭄에 취약하다. 마르셀라 베키오네(Marcela Vecchione) 브라질 파라연방대학 아마존연구원은 "여성들은 보통 장마철 이후 경작을 시작하는데 정확한 강수량 예보가 부족하면 소규모 농업시스템 관리에 해를 끼친다"며 농업생태학적 달력을 혼란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미래 생산을 위한 종자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에 아마존 여성들은 아마존농업생태로그(Cadernetas Agroecologicas na Amazonia)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2011년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주 동부 조나다마타 지역의 대안기술센터에서 만들어진 이 로그시스템은 여성이 생산, 소비, 교환, 기부, 판매하는 식품을 추적한다.

올해 비정부기구 사회교육지원기관연합(FASE)은 비영리단체 푼도데마(Fundo Dema)와 함께 아마존 파라주 카미랑가 시골지역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베아트리즈 루스(Beatriz Luz) FASE 및 푼도데마 교육자는 "여성들이 매일 자신이 생산하는 모든 작업을 기록하고 지불하거나 얻을 수 있는 금액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작업가치를 생각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전 프로젝트에서는 여성이 한 달 평균 400~600헤알(80~120달러)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현재 브라질 최저임금의 절반에 해당한다. 루스에 따르면 이조차도 과소평가된 수치다.

루스는 "이 프로젝트는 눈에 띄지 않는 노동을 조명하고 식량안보를 촉진하며 지역생물다양성에 기여한다"고 시사했다. 또 농촌노동을 분류해 여성들이 정부에 퇴직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돕고 여성 농부들은 효과적인 기록을 유지함으로써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가족 농장은 지역 학교나 기업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농작물을 관리하는 반면, 다른 농장들은 재배 계절을 연장하거나 축산업을 포함하도록 다양화한다.

그런가 하면 알토리오네그로원주민여성협회(Indigenous Women’s Association of Alto Rio Negro) 회원들은 전통농업지식 전수 및 보존에 힘쓰고 있다. 여성협회를 이끄는 엘리장겔라 코스타(Elizangela Costa) 바레원주민 지도자는 "전통지식을 보호하고 동료여성을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며 "강우패턴이 변화해 기존 전통을 따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지역사회, 영토, 그리고 미래세대를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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