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큰 책임…배출량 10위권 싹쓸이"
생활속 플라스틱 폐기물 10개 중 7개는 식품 포장재인 것으로 드러나 주요 식음료 업체들이 재사용 기반의 플라스틱 감축 체계를 적극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2022년 내가 쓴 플라스틱 추적기'를 발간했다. 그린피스는 기업에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3년째 플라스틱 사용량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22일부터 8월 28일까지 7일간 총 3506명의 시민이 참여해 실시됐다. 그린피스가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뒤 플라스틱 바코드에 스마트폰 사진기를 가져다 대면 해당 제품의 제조사와 제품군, 폐기물 종류, 수량 등이 자동으로 등록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조사 참여 시민은 2020년 260가구, 2021년 841가구 2671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조사 결과,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가운데 식품 포장재 비중이 과반을 한참 웃돌았고,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에 있어 주요 식음료 제조사가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확인됐다. 등록된 일회용 플라스틱은 총 14만5205개였다. 이 가운데 식품 포장재가 10만6316개로 73.2%를 차지했다. 식품 포장재 비율은 2020년 71.5%, 2021년 78%에 이어 3년 연속 70%를 넘었다. 식품 포장재를 카테고리에 따라 분류해 보면, '음료 및 유제품류'가 5만4537개로 절반 이상(51.3%)을 차지했다.
제조업체를 분석한 결과, 롯데칠성음료가 4.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심 2.9%,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삼다수 생산 및 판매) 2.8%, 동원F&B 2.3%, 롯데제과 2.2%, CJ제일제당 1.8%, 오뚜기 1.8%, 코카콜라 1.7%, 빙그레 1.5%, 매일유업 1.4% 순이었다. 배출량 상위 10개 업체 모두 식음료 업체로 이들 업체의 제품이 전체 플라스틱의 22.7%를 차지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 CJ제일제당, 농심, 롯데제과, 오뚜기, 동원 F&B 등 6개 기업은 3년간의 조사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 순위 10위 권에 올랐다.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식품 제조 기업일수록 플라스틱을 더 많이 생산하며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에 요구되는 책임감있는 플라스틱 감축 노력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국제 사회는 오는 2024년 말까지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하기 위한 본격적 논의를 시작했다. 플라스틱은 분해되어 사라지지 않고 미세화 되어 우리의 주변을 떠도는 물질인만큼 그 위험도가 더 높다. 최근에는 사람의 혈액과 모유 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더군다나 플라스틱은 99% 이상이 화석연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생산·소각·재활용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Life cycle)에 걸쳐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생산·판매하고있는 플라스틱의 양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의 제대로 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조사가 실시된다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플라스틱과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세분화된 법적 정의가 없어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통계 수치를 수집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조사를 통해 롯데칠성음료, 농심과 같은 주요 기업들이 플라스틱 오염에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면서 "기업은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중장기적 플라스틱 감축 계획을 제시하는 한편, 재사용과 리필을 기반으로 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도입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라스틱 사용량 조사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데이터 분석을 담당한 정다운 그린피스 데이터 액티비스트는 "참여자 가운데 1041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의 과대 포장 줄이기(84.2%) △포장재 재사용 시스템 전환(45.5%) △정부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제(42.0%)를 꼽았다. 시민들 역시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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