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가 러시아산 원유수입을 제한하는데 이어, 가스수입을 전면 차단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튀르키예가 이 계획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해당 법안이 마련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튀르키예 외교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EU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전면 금지할지 여부와 관계없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제재만을 이행한다"며 "일방적 제재는 경제를 교란시키고 에너지 안보 우려를 키울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는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는 우회경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석탄과 해상운송 원유를 전량 수입금지하고, 가스 수입량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상태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EU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일부 파이프라인 가스도 2027년까지 수입중단하는 법안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EU의 이같은 법안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버렸다. 이렇게 되면 EU는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금지하기 위해 원산지 정보를 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마련해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EU가 마련중인 법안은 가스 공급계약서 등 '모든 관련 정보'를 제출하도록 수입기업에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러시아산 가스인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튀르키예가 협조하지 않으면 원산지 판별이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불가리아·그리스로 연결되는 튀르키예 국경 교차지점이 문제지역으로 거론된다. 불가리아가 수입하는 LNG는 튀르키예 터미널에서 저장·관리한 뒤 불가리아로 넘어온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터미널 내 다른 공급분과 러시아산 가스가 섞여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국제에너지시장 분석업체 ICIS에 따르면, 불가리아·그리스 연결선에서 지난해 19억m3의 가스가 EU로 유입됐으며, 이 규모는 최대 54억m3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러시아의 대EU 파이프라인 수출량의 5분의 1 규모다. 이 경로에서 유입되는 가스가 많아지고 있는만큼 튀르키예의 교차지점을 '고위험' 경로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튀르키예와 불가리아는 "이미 원산지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불가리아는 튀르키예 터미널로 들어온 LNG의 모든 서류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튀르키예 외교부도 "EU 규정 우회를 거부한다"며 가스 수입 자료를 정기적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EU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튀르키예가 협조하지 않는 이상 러시아산 가스가 우회 유입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EU가 튀르키예에게 에너지 협력 재개나 유럽투자은행 녹색 프로젝트 자금 지원 같은 '당근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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