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처리장에서 바다까지 이동하는데 '3일'
바이러스가 물속 미세플라스틱에 붙어 3일간 전염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스털링대학 연구진은 로타바이러스 등 설사와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장내 바이러스가 길이 5mm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에 달라붙어 물속에서 생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이 상태의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남아있어 건강에도 잠재적인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리처드 퀼리엄(Richard Quilliam) 스털링대학 연구책임자는 "미세플라스틱은 바이러스가 부착되면 수중에서 3일, 혹은 그 이상 바이러스를 생존시키고 전염성을 유지시켰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3일은 폐수처리장에서 공공해변까지 이동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연구진은 독감바이러스처럼 지질막으로 둘러싸인 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나 노로바이러스처럼 막이 없는 바이러스 두 가지 유형을 실험했다. 그 결과, 막이 있는 바이러스는 막이 빠르게 용해되면서 사멸하지만 막이 없는 바이러스는 미세플라스틱에 들러붙어 생존했다. 퀼리엄 교수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환경의 자연표면에도 붙을 수 있지만 플라스틱오염에 붙을 경우 자연물질보다 훨씬 오래 지속된다.
이번 연구는 물속에서 바이러스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최초로 밝힌 것이다. 퀄리엄 교수는 바이러스가 미세플라스틱에 들러붙는 현상을 가리켜 '히치하이킹'이라고 표현했다.
퀼리엄 교수는 표준적인 실험실 연구법을 통해 바이러스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연구하고, 물속 미세플라스틱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의 전염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병원체를 이동시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폐수처리시설이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낼 수 없다는 것이다. 퀼리엄 교수는 "폐수처리장이 모든 노력을 동원해 하수폐기물을 정화해도 미세플라스틱은 걸러지지 않고 강을 따라 해변까지 흘러들어간다"고 지적했다.
폐수처리장에서 해변으로 유입된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은 크기가 매우 작아 수영하는 사람들이 삼킬 위험이 있다. 퀼리엄 교수는 "해변에 떠밀려오는 렌틸콩 크기의 밝은 색 플라스틱 알갱이는 아이들이 주워서 입에 넣을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소량이라도 바이러스를 섭취하게 될 경우 건강에 유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세플라스틱 자체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병원체를 전달하는 매개가 되어 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실험은 3일에 그쳤지만, 연구진은 향후 바이러스가 얼마나 오랫동안 전염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추가로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퀼리엄 교수의 연구팀은 해변에 버려진 물티슈와 면봉의 대변 박테리아 수치가 건강상 위험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2019년 스코틀랜드 해변의 플라스틱 알갱이에서 하수박테리아의 '히치하이킹' 현상을 처음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자연환경연구위원회(Natural Environment Research Council)가 후원한 185만파운드 규모의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연구결과는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학술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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