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의 배신'…뜨거운물 담았더니 '나노플라스틱' 5조개 용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4-27 13:46:44
  • -
  • +
  • 인쇄
美 국립표준기술원, 실험결과 공개
나일론 티백은 나노입자 35조개 검출
(사진=NIST)


일회용 종이컵에 뜨거운 음료를 부으면 1리터당 조단위의 '나노플라스틱' 조각이 녹아나온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크리스토퍼 장마이스터 연구원 주도 연구팀은 일회용 종이컵에 담긴 물의 온도가 100℃일 경우 실온(22℃)일 때 비해 나노플라스틱 검출량이 2배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장마이스터 연구원은 "아직 실험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지만 이때 용출된 나노플라스틱 조각이 세포벽을 뚫고 침투해 인체기능을 저해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은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직경 5mm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면, 나노플라스틱은 1㎛보다 작고 대부분 표준 현미경으로도 보기 힘들다. 최근 연구는 폴리프로필렌(PP) 젖병과 나일론 플라스틱 티백과 같이 액체를 담거나 액체와 상호작용하는 일부 소비재 제품이 이같은 플라스틱 입자를 용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수많은 미세입자 가운데 나노플라스틱을 가려내기 위해  실내 공기오염을 차단하고, 오염물질이 없는 '초순수'(超純水, Ultra-pure water)를 사용했다.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으로 코팅된 일회용 종이컵(355㎖)을 초순수로 헹궈낸 뒤 300㎖의 초순수를 다시 채웠다. 2개의 비교군을 두고 한쪽에는 100℃의 초순수를 담은 일회용 컵, 다른 한쪽에는 실내온도와 같은 22℃의 초순수를 담은 일회용 종이컵을 비치했다.

연구팀은 100℃ 물을 담았던 일회용 종이컵이 69℃까지 식도록 20분간 방치했다. 이후 초순수는 미스트 형태로 뿌려져 건조됐고, 나노입자들을 부탄올 증기에 노출시켜 나노미터 크기에서 마이크로미터 크기로 부풀렸다. 구조를 파악하기 쉬워진 나노플라스틱 입자들은 레이저 입자 계수기로 숫자가 측정됐고, 적외선(FT-IR) 분광계와 전자현미경으로 나노플라스틱 입자의 특성이 분석됐다.

분석 결과, 22℃의 물을 담은 일회용 종이컵에서는 1리터당 2조8000억개의 나노플라스틱 입자가, 100℃ 물을 담은 일회용 종이컵에서는 1리터당 5조1000억개의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온도에 따라 종이컵 내벽에 코팅된 LDPE 필름에서 녹아나오는 나노플라스틱 양이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밖에도 연구팀은 베이킹시트나 티백 등에 쓰이는 식품등급의 나일론 재질로 용기를 만들어 비슷한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90℃의 초순수에 노출된 나일론 용기의 경우 나노플라스틱이 1리터당 35조개, 22℃의 경우 24조개의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일회용 종이컵에 비하면 약 7배나 높은 수치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에 따르면 식품등급 나일론은 25℃에서 질량의 1% 미만이 손실되면 안전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번 NIST 연구팀 실험결과 25℃는 0.1%, 90℃에서는 0.28%가 용출돼 기준보다 크게 낮았다.

다만 장마이스터 연구원은 "나일론에서 용출되는 플라스틱은 미흡하나마 안전기준이나 실험방식이라도 정립돼 있지만, 일회용 종이컵과 같은 소비재 제품에서 LDPE에서 용출되는 플라스틱을 측정하기 위한 테스트는 정립된 바가 없다"며 "이번 논문을 통해 새로운 실험방법이 정립될 수 있도록 동료 과학자들과 대중의 관심이 쏠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지난 20일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협회(ACS) 환경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