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혈액속에 미세플라스틱 있다"...처음으로 확인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3-25 11:50:40
  • -
  • +
  • 인쇄
혈액샘플 80%에서 PET·PE·PS 재질 검출
"체내축적 여부·장기질환 영향 연구해야"

사람의 혈액 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처음 검출되면서 미세플라스틱이 혈류를 타고 인체 곳곳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의 딕 베타크(Dick Vethaak) 교수 연구팀은 익명의 현혈 기증자 22명에게 받은 혈액샘플을 조사한 결과 80%에 해당하는 17개의 혈액샘플에서 페트(PET), 폴리에틸렌(PE), 폴리스티렌(PS) 재질의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

통상 '직경 5mm 이하의 플라스틱 입자'로 정의되는 미세플라스틱은 에베레스트산 꼭대기부터 마리아나 해구 심해 끝자락까지 전세계를 뒤덮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계속해서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하고 있다는 뚜렷한 정황증거와 연구결과가 이어지고 있지만, 인체실험에 대한 윤리문제, 체내에 머무르는 기간 파악의 어려움 등 여러 제약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정확히 인체에 어떤 증상을 유발하는지 명확하게 규명된 바가 없다.

하지만 이미 동물실험을 통해 생물체에 미치는 영향들이 보고 되고 있고, 최근 실험실 조건에서 인간의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 세포벽 손상 등 악영향을 끼친다거나, 미세먼지와 함께 미세플라스틱이 기관지에 흡입되면서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점차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게다가 이번 연구로 미세플라스틱이 혈류를 타고 체내를 돌아다니면서 각종 장기를 비롯한 인체 곳곳에 축적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번 연구논문의 공동저자인 베타크 교수는 "아직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가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혈액샘플의 수와 검사할 플라스틱 재질의 종류를 늘려 보강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체내에 미세플라스틱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고, 따라서 건강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합리적이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문제는 미세플라스틱이 실제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다. 체내에 축적이 되는가? 혈액뇌장벽을 통과해 뇌로 침투하는 등 주요장기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는가? 특정 질환을 유발할만큼의 양이 유입되는가? 이같은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후속 연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네덜란드 국립보건연구개발기구와 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사회적 기업 '커먼시즈'(Common Seas)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커먼시즈의 창립자 조 로일(Jo Royle)은 "현재 추세면 플라스틱 생산량은 2040년 2배 가까이 늘 것"이라며 "우리는 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무슨 작용을 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플라스틱 생산량이 2016년 1억8800만톤에 달했고, 2040년에 이르면 3억8000만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플라스틱 생산이 늘어남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것을 우려한 커먼시즈는 환경단체, 과학자, 영국 하원의원을 비롯한 80여개의 비정부기구(NGO)와 연합해 영국 정부에 성명을 전달한 바 있다. 이들은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영국 정부가 1500만파운드(약 240억원)를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해당 연구논문은 24일(현지시간) 국제 환경저널 '인바이런먼트 인터내셔널'(Environment International)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