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과 홍수 등 기후재난이 빈발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정부가 기후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공영보험을 내놨다. 무너진 민간보험 시장을 정부가 대신하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보험 안정화법(Insurance Stabilization Act)'을 통과시켜 산불·홍수 등 기후재난으로 민간보험을 잃은 주민들이 주정부 공영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잦은 산불과 폭풍 피해로 보험사들이 고위험 지역에서 철수하자 정부가 직접 시장 공백을 메우는 조치다.
AP는 이번 조치가 기후리스크로 심화된 보험시장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1년 사이 캘리포니아·플로리다·루이지애나 등에서 민간 보험사 10여곳이 잇달아 철수하거나 파산했다. 손해율 급증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 소유자들이 보험을 갱신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공영보험 '페어 플랜(FAIR Plan)'을 확대해 고위험 지역 거주민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보험제도만으로 기후리스크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재난방지 인프라 투자와 건축규제 강화 등 선제적 적응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기후리스크는 부동산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남부 해안 지역의 주택 보험료는 최근 몇 년 사이에 2배 이상 올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보험 미가입 주택이 늘어 거래량이 급감했다. 보험 공백이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올 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은 손실액이 73조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이 산불로 보험 손실액이 가장 큰 보험사로 올스테이트와 처브, 트래블러스코스 등 3개사를 꼽았다. 이 3개사가 캘리포니아 주택소유자 보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몇몇 보험사는 청구액을 보상하지 못하고 파산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이처럼 보험시장 점유율이 일부 보험사로 몰린 이유는 최근 수년간 미국 보험사들이 캘리포니아를 '탈출'하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 보험국(CDI)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0~2022년 보험사들이 캘리포니아주에서 거부한 주택보험 계약은 280만건에 달한다. 여기엔 산불 피해가 큰 LA 카운티 지역 보험계약이 53만1000건이나 포함됐다.
캘리포니아주 주택보험의 21%를 점유하고 있던 대형보험사 스테이트팜은 지난해 5월부터 캘리포니아주 주택 보험 신규 가입과 갱신을 거부했고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주에서만 7만2000개 보험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로 인해 점유율이 거의 70%나 감소했다. 이밖에도 도키오 마린 아메리카 보험과 트랜스퍼시픽은 2020년부터 점차적으로 캘리포니아에 보험서비스를 축소 및 중단했다.
보험사들의 캘리포니아 기피 현상의 원인은 기후변화다. 갈수록 기상이변으로 인한 산불, 홍수, 폭풍의 발생 확률과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보상금액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산불을 제외하고도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피해가 큰 산불 상위 20건 중 15건이 2015년 이후 발생한 것이다.
이에 주정부가 직접 공영보험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리스크가 더 이상 미래의 예상 위험이 아니라 금융 안정성과 실물경제를 동시에 위협하는 현재진행형 위험요인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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