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북미는 기온급락, 열대는 강우주기 교란
전세계적으로 열을 골고루 분산시켜주는 주요 해류 순환체계가 이르면 2030년대 붕괴하면서 기후위기가 지금보다 더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AMOC,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이 2037~2064년 사이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AMOC는 전세계 기후를 결정짓는 거대한 해류 순환체계다. 북극 주변의 차갑고 염분이 높은 바닷물이 심층수가 돼 남쪽으로 내려보내지면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중위도 열대지방에서 염도가 낮고 따뜻한 바닷물이 표층수가 돼 북쪽으로 향하면서 순환이 반복된다. 이렇게 열을 분산시켜 기후를 조절하기 때문에 AMOC는 '거대 해양 컨베이어 벨트'로도 불린다.
하지만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막대한 양의 민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고, 이 때문에 바닷물의 염분농도가 묽어지면서 해수의 밀도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에 더해 기온상승으로 기후가 변하면서 해수의 온도도 들쑥날쑥해졌고, AMOC의 순환 속도가 느려지면서 점점 멈춰서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의 최신 기후모델에 따르면 2037년 AMOC가 붕괴할 가능성은 10%다. 하지만 이 상태가 2050년까지 지속되면 AMOC이 붕괴할 가능성은 59%로 절반을 넘게 되고, 2064년에 이르면 90%로 붕괴가 거의 확실시된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위트레흐트대 해양·대기연구원 레너 판 베스텐은 "폭염, 가뭄, 홍수 등 현재까지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의 악영향들에 더해 기후가 한층 더 왜곡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된다고 보면 된다"며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AMOC가 붕괴되면 재앙적인 결과를 낳는다. 열이 분산되지 못하면서 극단적인 기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유럽 대륙 곳곳에 스며들어 해양성 온대기후 형성에 일조하던 난류성 표층수가 순환을 멈추면 유럽과 북아메리카는 급격하게 한랭한 기후로 바뀌고 폭풍의 빈도수가 늘어난다. 열대지방의 강우 주기에 영향을 미쳐 아마존 열대우림은 건기가 우기로 뒤바뀌고, 관개시설보다 빗물에 의존해 농사를 짓는 인도, 남아메리카, 서아프리카 등지 식량수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 포츠담대학의 물리해양학자인 스테판 람스토르프는 "불과 수년전까지만 하더라도 AMOC 붕괴가 실제로 일어날지에 대해서만 논의했다면, 이제는 실제 일어날 것으로 보고 그 시점이 언제일지를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AMOC 붕괴가 끼칠 충격을 고려하면 10%의 가능성도 용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확률"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동료평가를 거치는 중으로, 아직 정식으로 학술지에 게재되지는 않았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